최근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004년도 스페셜 301조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생각하는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에 따라 세계 52개국을 우선협상대상국과 우선감시대상국, 감시대상국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한국은 작년까지 감시대상국에 들어 있었지만 올해는 이보다 악화된 우선감시대상국으로 분류됐다. 지난 1월 USTR의 비정기회의에서 이미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잠정 결정됐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지적재산권의 우범국가라는 오명을 정식으로 받게 됐다.
USTR는 보고서에서 “지적재산권 침해 단속 강화와 지적재산권 관련 법령정비 등 한국정부의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음악의 디지털 해적행위 방지 개선 미흡, 불법 DVD 판매, 모조상품 성행, 제약특허권 침해 등 여전히 많은 문제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자국의 이익에 따라 모든 가치를 판단하는 미국의 패권주의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보고서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미국 지적재산권협회(IIPA)가 조사한 각국의 2003년 지재권 침해 상황을 보면 한국은 17개 우선감시대상국 가운데 가장 양호한 결과를 나타냈으며 2002년에 비해 거의 모든 측면에서 뚜렷한 개선 양상을 보였다. 지재권 전체 손실액은 2002년 7억3680만달러에서 4억250만달러로 약 45%나 감소했다. 침해 비율도 음반과 게임은 17개국 가운데 최저를 기록했으며 영화와 소프트웨어는 각각 불가리아와 대만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결과적으로 미국 자체 조사에서도 한국의 지재권 피해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오히려 분류에서는 한 단계 강화된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상한 일이다. 설마 미국 정부의 관리들이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비교 계산을 하지 못했을 리는 없다.
지금이라도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에 정확한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 오는 24일 2명의 국회의원이 포함된 민관 합동 조사단이 USTR를 방문한다. 여기서 핵심을 건드리지 못하고 변죽만 울린다면 굴욕 외교의 반복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미국의 이상한 셈법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컴퓨터산업부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