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는 기혼 여성이다 보니 쇼핑을 하거나 장을 보기위해 시간을 따로 빼는 것이 녹녹치가 않다. 모처럼 쉬는 날 쇼핑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고, 온종일 발품 팔아가며 이것 저것 비교해 보고, 가격 따져가며 필요한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온라인 쇼핑을 즐긴다.
구입해야 할 물건이 생기면 주로 이용하는 쇼핑몰에 가서 그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 물건에 대한 상품평도 확인을 하고 큰 고민 없이 결제를 한다. 그러면 2∼3일 안에 정확히 택배로 배달이 된다.
처음 온라인 쇼핑을 이용할 때는 결제 시스템이나 구입한 물건의 품질에 대한 불안도 있었지만, 그것이 일상화 된 지금은 온라인쇼핑으로 인한 시간절약·편리함의 효용성이 막연한 불안감보다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더욱 자주 이용하게 된다.
직접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져 보지도 않고, 값을 깎는 흥정도 없이 하는 거래에 익숙해져 가는 사이에 사람과 마주치지 않고 어떤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졌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온라인 쇼핑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휴대폰을 통해 서로 보지 않고도 대화하고 의사소통을 하는데 너무 익숙해지다 보니 그 익숙함이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거의 모든 일에 그런 프로세스를 적용하고자 하는 습성이 생긴 것 같다.
사이버 거래가 없던 시절에는 쇼핑을 하면서, 물건을 사면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많았다. 어릴적 동네에 몇일에 한번씩 열리던 장을 가보면 이것 저것 눈요기를 하는 재미도 있었고 물건을 고르고 값을 흥정 하는것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보는 즐거움, 고르는 즐거움, 흥정의 유쾌함, 덤으로 얻는 것의 뿌듯함. 단지 돈과 물건이 오가는 교환이 아니라 그 순간을 통해 함께 전해지는 인간적인 감성의 교류가 있었기에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편리와 편의에 빠져들수록 점점 인간적인 감성과 정은 사라지는 것 같다. 사람과의 대면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교류가 없기에 각자가 자기의 입장으로만 이해하고 판단하는 개인 중심적 사고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디지털 시대라지만 사람을 만나는 것에 거북함을 느끼지 않고 사람과 대화하는 가운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성을 되찾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송정숙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