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교도소에서 모바일 증권서비스 단말기를 이용한 주식거래로 주가조작 및 인수 합병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사가 있었다. 무선통신의 발달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모바일 통신의 발달로 장소의 장벽을 넘어 언제 어디서나 주식거래 등을 할 수 있는 통신 세상이 됐다. 모바일 통신의 발달은 단순한 음성 통신을 비롯해 문자전송(SMS), 주식거래, 모바일 게임까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으로 현대인의 생활을 더욱 자유롭게 하고 있다. 여기에 방송과 홈네트워크까지 무선통신으로 가능한 세상을 목전에 두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영역구분이 없어지면서 최근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 간, 정부 부처 간 힘겨루기는 기술의 발전으로 발생한 일종의 역무침해 논란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와 달리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역무침해의 사례가 있다. 바로 이동통신사업자와 무선데이터 통신사업자 간 역무침해 논란이다.
이는 앞의 경우와 달리 그저 힘없는 자의 하소연으로 치부될 뿐이다. 이 같은 역무침해와 관련한 논란의 시발점은 바로 닥칠 기술의 진보도 예상치 못한 96년도 정부의 통신사업자 승인 정책에 있다. 당시 정통부는 무선 기간통신사업자 허가 신청에 있어 PCS, TRS, CT-2, 무선데이터통신, 이동전화 등으로 그 역무를 구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역무 구분은 현재 무의미한 것이 돼 버렸고 메이저 업체들의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파상 공세와 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이라는 대세에 밀려 다른 중소 통신사업자들은 회사 존폐의 위협을 받고 있다. 즉, 제 밥그릇 지키기도 힘든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무선통신 메이저 업체들은 이미 SMS를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단지 기술의 발달과 서비스 향상이라는 이유만으로 타 무선 데이터 통신 사업자들의 존폐 위기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엄연히 무선데이터 통신사업자로 선정돼 출연금을 납부하고 투자를 진행해 온 무선데이터 통신사업자들이 그들에게 권리를 빼앗기는 그야말로 거대기업에 의한 폭거라 아니할 수 없는 상황이다.이와 관련해 무선데이터통신사업자, TRS사업자 등은 역무침해와 관련한 이의 제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그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일 뿐이다.
정부의 통신사업자에 대한 정책이 겨우 수 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인 시점에서 진행돼 정당한 사업권을 부여받아 상당한 투자를 진행해 온 중소 통신사업자들은 투자에 따른 비용부담과 역무침해를 통한 대기업들의 공세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다. 무선데이터 통신사업자들은 그간 수익원 창출을 위해 나름대로 지능형 교통정보 서비스(BMS), 상수도 원격검침, 가로등 제어 등 다양한 시장을 개척해 왔다. 이들은 무선데이터 통신사업자로서의 고유역무를 사회간접자본(SOC)에 무선통신을 도입함으로써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보다 다양하고 경쟁력있는 미래의 통신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고유역무를 인정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메이저 기업들의 무분별한 역무침해는 군소 무선통신사업자들을 모두 사리지게 하고 종국에는 거대기업 간의 혈투로 자멸을 걷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지 않으리라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균형적인 미래 통신산업을 위하여 정부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중재 활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소 업체들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보여준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는 지난 통신사업자 승인에서의 오류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통신정책에 있어서도 근시안적인 대처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현재 메이저 이동전화사업자를 제외한 많은 중소 무선통신 사업자들은 정당한 권리를 갖고 있는 자신의 고유 사업 영역을 침해 당하면서 이미 퇴출되거나 법정관리, 화의 등 존립자체가 시험대에 놓여 있다. 국가의 기간산업인 무선통신사업에 있어 단순히 시장경제 원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이고 균형있는 국가 통신 로드맵을 설정하고 유연하고 적극적인 정부의 활동이 있을 때 진정 국내 통신산업이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황태인 에어미디어 사장 thwang@air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