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B장비업체 사업포기 `위기`

방송위원회가 최근 휴대이동수신 방식으로 ‘DVB-H’ 도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 알려짐에 따라 그동안 지상파DMB용 솔루션과 장비를 개발해온 업체들이 집단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을 비롯해 넷앤티비·퍼스널텔레콤·픽스트리·넥실리온 등 정부 방침에 맞춰 지상파DMB용 칩과 수신기 개발에 매달려온 벤처기업들은 ‘DVB-H’이 도입될 경우 관련사업을 접어야 하는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어 관련업계 미치는 일파만파로 파급될 전망이다.

 이들 장비개발업체들은 “이미 2000년말부터 DAB방식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지상파DMB 규격 마련 작업을 해온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칩과 수신기 개발을 위한 투자가 이뤄진 상태인데 이제와서 DVB-H로 변경 검토는 아예 우리에게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투자 손실 800억원 “불가피”=올해 하반기 지상파DMB방식의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0년 말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주축으로 국내 업체들은 표준 설정부터 칩·솔루션·수신기 개발에 자원을 집중 투자해 왔다. 수신기 개발에 나선 삼성전자·LG전자 등 2개 업체의 투자 비용만도 지금까지 600억원에 이른다. 중소업체의 경우 넷앤티비·퍼스널텔레콤·픽스트리·아스텔·넥실리온 등이 DSP 칩, 전용칩, 수신기 제품개발 등에 투자해왔으며 규모는 3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중소기업의 송출장비, 측정장비, 저작도구 등 장비개발 투자도 지난 1년간 투자 규모가 약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DVB-H’로 변경·도입되면 그동안 들어간 800억원은 허공에 뜬 돈이 된다”고 말했다.

◇기회손실 “16조원”=독자적인 규격인 지상파DMB가 향후 해외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해 줄 것이란 당초의 기대도 물거품이 된다. 지상파DMB 산업 활성화를 위해 설립 준비 작업중인 DMB산업협회측은 “기회손실이 4년간 16조원∼20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4년간 국내 보급 예상 대수인 1000만∼1500만대(약 4조∼6조원), 해외 수출 가능 대수인 연간 1000만대(4년간 약 16조원)가 기회 손실 비용이란 설명이다. 여기에 계측장비, 송수신장비 등 국내 벤처들이 앞서나갈 기회를 잃어 향후 4년간 내수 200억, 수출 800억 시장도 고스란히 사라진다고 DMB산업협회측은 주장했다.

 업계의 또다른 전문가는 “DVB-H의 국제 표준화가 올해 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국제 표준의 국내 표준화 소요기간 2년, 시제품개발 및 실험방송 1년, SoC 및 부품 개발 1년 6개월이 필요하다”며 “병행일정을 고려할 때 결국 4년 가량의 지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 집단 반발=지상파DMB용 칩, 수신기 개발업체들은 방송위·정통부 등 관련기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집단 반발할 태세다. DMB산업협회측은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휴대이동수신 방식에 관한 의견서를 관련 기관에 제출할 방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DMB는 삼성전자의 BSAC을 오디오 규격으로 택할 만큼 우리가 주도해온 방식인데, 왜 노키아의 DVB-H로 가야하느냐”며 최근 방송위의 DVB-H방식 검토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송위와 정통부가 정치적인 차원에서 휴대이동수신 방식 변경을 고려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월드DAB포럼측에서 우리 지상파DMB에 대해 문의해오는 상황에서 우리 것을 버린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반발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