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음악 시장은 메이저 음반사와 인터넷 포털, 거대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들의 참여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여기에 MP3폰의 등장으로 그동안 콘텐츠 저작권에만 집중되어 온 관심과 논쟁이 기술적인 고민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인터넷 음악 산업 발전에 있어 분명 긍정적인 현상이다.
음악 콘텐츠 유통에 혁명적인 질서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이제 유무선 인터넷 음악 시장의 규모가 오프라인 음반시장을 넘어섰고 이러한 양상은 IT산업 발전에 따라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이처럼 온라인음악 시장이 개화하고 있지만, 지난 5년간 정규 음악서비스만을 고집하며 불법복제와 싸워온 필자는 한편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단지 많은 경쟁업체의 출현 때문만은 아니다. 업계가 냉정히 현재의 음악시장을 직시하면서 과연 우리가 꿈꾸는 장밋빛 미래를 실현할 수 있을지 자문해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비즈니스 붐을 타고 이미 지난 99년부터 정규 유료 온라인 음악서비스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불법복제, DRM 기술표준, 원천기술개발 그리고 시장의 발전을 담보하는 법과 제도 등 근본적으로 선결하고 지나가야 할 과제들은 정작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건강한 성장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었던 모두가 공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사회적 합의도 없었다. 서로 살아 남으려는 치열한 경쟁과 이용 회원을 일단 확보하고 보자는 이기주의가 팽배했다.
결국 2000년 5월 P2P 출현에 이어 2001년 초 등장한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로 합법적인 온라인 음악시장은 초토화 됐다. 이 와중에 IT 버블이 붕괴되면서 어렵게 자리를 지키던 업체들마저 사라져 갔다. 몇몇 불법 온라인 음악서비스 업체들이 승승장구하면서 합법적인 서비스를 고집하던 업체들은 거의 대부분 망해 버렸다. 그 결과 수많은 우수한 원천기술과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들도 함께 사라졌다.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미국 애플의 아이튠스의 성공이나 포털의 BGM과 같은 부가서비스의 성장에 고무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해외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하고 그들의 원천기술에 로열티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되었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줄기차게 문화강국 ‘빅5’를 외치고 디지털 콘텐츠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불법 복제서비스를 법·제도적으로 제대로 제재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음악시장 규모가 4000억원이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신뢰를 담보로 한 합리적인 권리정산 시스템도 없다. 이미 업체들이 첨예한 경쟁으로 들어선 마당에 기술표준은 갈팡질팡 하고 있다. 어찌보면 확고한 토대나 골조공사도 없이 건물외장공사가 한창인 듯한 느낌이다.
우리는 지난 5년간 허무한 ‘정보공유의 논쟁’과 ‘대마불사형’ 불법복제 서비스의 횡포에 수많은 합법적인 서비스기업과 유망한 기술개발 벤처들 그리고 순수한 창작자의 눈물을 이미 경험했다. 이제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에 휩싸여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이미 결론난 과거의 불합리한 점을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 또한 취약한 국내 디지털 음악시장의 원천기술 인프라를 살피는 일도 게을리 할 수 없다. 필요하다면 정부도 이제는 적극 나서야 한다. 이미 법적으로도 결론난 사안들에 대해 공허한 논쟁과 불확실성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아직도 디지털 음악시장의 본격적인 발전을 위한 근원적인 걸림돌은 해결된 것이 없다. 지금 우리는 지난 5년간의 늪으로 다시 돌아가 앞선 자의 눈물을 경험할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진정한 디지털 음악의 발전적 혁명을 이룰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음악 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성장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모처럼 찾아온 순풍이 시장의 본류로 승화 되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금기훈 마이리슨닷컴 대표 ghkeum@mylist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