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북한과 국제협력

구소련과 동유럽권 몰락 이후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상태에 있었다. 그러다 2000년 6월의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세계의 이목이 북한에 쏠리게 되었다. 북한의 조명록 특사의 방미와 메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으로 오랜동안 적대관계에 있던 북·미 관계에 서광이 비치게 되었다. 그 후 세계의 여러 나라가 북한과 수교를 맺는 등 한때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과 기대를 가지게 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문제가 불거지면서 북한은 또 다시 국제사회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이번의 용천참사가 발생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온정의 손길이 답지했고 북한도 화답하듯 이런 국제사회에 이례적으로 감사를 표시하고 있다. 이번 참사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다시 끌어들일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북한은 IT분야에서도 국제적인 협력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었다. 동유럽권이 붕괴되기 전인 1984년 김일성 주석이 당 및 국가대표단을 인솔하고 구소련을 필두로 동독,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등 여러 나라를 순방한 일이 있었다. 이때 김 주석은 전자, 자동화 기술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해 순방국들과 기술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실습생을 유럽 각국에 파견하여 기술을 익히도록 했다고 한다. 또한 유엔의 여러 기관에도 협조를 요청해 UNDP, UNIDO를 통한 원조와 함께 UN대학부설 국제SW기술연구소(UNU/IIST)와도 SW공동개발에 대한 양해각서를 교환하기도 했다. 1996년에는 UNDP의 의뢰로 조선컴퓨터센터가 특허 DB를 구축하였는데 ISO 9000인증도 받았다. 이외에도 SW기술 발전을 위해 UNU/IIST소장을 1993년 이후 세 차례 초청하여 강좌를 개최했으며 마카오에 있는 IIST 연구소에도 유능한 과학자를 보내 연수받게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계속 이어져 최근에도 중국에 IT기업을 여러개 진출시켜 국제공동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500여명의 젊은 과학기술자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테러지원국에 포함되어 있어 국제협력에 많은 지장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2002년6월 미국 시라큐스대학팀과 김책공대의 IT분야 공동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매우 주목할만한 일이다. 미국의 헨리 루스 재단, 포드 재단, 코리아 소사이어티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김책공대의 정보센터와 시라큐스대학교 맥스웰대학의 정보 및 컴퓨터 기술 그룹의 통합정보기술 연구협력을 살펴보면 연구논문 교환, 양측 대학에 유사한 연구실 구축, 전자도서관, 기계번역, 의사결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2년 동안 김책공대 연구팀은 4번이나 시라큐스대학을 방문했으며 특히 작년 4월에는 1개월간 체류하면서 연구실 설계 및 유지법, 전자도서관 구축 및 운영 방안, 프로그램 검증법 등의 교육을 받았다. 모든 교육과 토론은 영어로 진행되었는데 참가자들은 매우 열심이었으며 실제로 김책공대의 컴퓨터계산연구실을 설계하여 발표도 하고 학술논문도 공동으로 작성했다고 한다.

 북한의 이러한 국제공동협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민간차원의 이해와 신뢰를 돈독히 하고 둘째,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며 셋째, 이들 연구팀이 각각 자기 나라의 창구역할을 하여 국가차원의 교류와 협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관계가 악화된 상태에서도 민간차원의 국제협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협력은 북한의 핵문제가 하루속히 해결되고 따라서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벗어나게 되면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용천참사와 관련해서 북한이 보여준 태도와 제14차 장관급회담에서 장성급군사당국자회담 개최에 전격 합의 한 것을 보면서 북한의 변화를 실감하며 앞으로 국제사회의 진정한 일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포항공대 박찬모 총장 parkcm@pos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