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 중고단말기 보상금 `유명무실`

번호이동제 시행으로 불거진 ‘장롱 휴대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이통사들로 하여금 타사 중고 단말기를 대당 3만원 이내에서 보상판매할 수 있도록 허락했으나 사업자들의 외면으로 별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10일 이통3사에 따르면 번호이동으로 발생한 중고 단말기를 수거해도 별다른 처리 방법을 마련하지 못해 각 사가 일괄 수거하지 않고 대리점들로 하여금 자율적으로 보상, 회수하는 방안을 시행중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중고 단말기 처리에 대한 부담을 대리점으로 떠안겨 사실상, 장롱 휴대폰을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KTF와 LG텔레콤은 SK텔레콤으로부터 하루 1만여명의 가입자를 번호이동성제를 통해 확보하고 있으나 이로 인해 발생한 중고 단말기를 각 대리점이 보상금 지급부터 재판매 등 처리하도록 모두 맡겼다.

양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번호이동 가입자들의 셀룰러폰을 회수하더라도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데다 자칫 비용 부담 요인으로 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대리점이 자율적으로 보상금을 지급하고 회수된 셀룰러폰을 수리해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리점 관계자들은 중고 단말기를 확보, 재판매하는데도 한계가 있어 수익이 감소될 수 밖에 없다고 울상이다.

더 큰 문제는 7월부터 번호이동을 통해 KTF 가입자들을 유치하게 되는 SK텔레콤도 수거 될 PCS 중고단말기를 재활용할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PCS 단말기는 외국 PCS와도 주파수 대역이 달라 수출은 불가능한 상태”라면서 “결국 비용만 떠안게 돼 본사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통신위원회는 지난달 다른 사업자로부터 번호이동성제를 통해 신규 가입한 고객에게도 대당 3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불법 보조금이 될 수 없다고 유권 해석을 내려 이통3사에 통보했다. 다만 통신위는 VIP 고객에게 주는 추가 보상 2만원을 제외하고 보상금액이 3만원이 넘을 경우는 보조금이 될 수 있다며 지급 금액을 제한했다.

통신위 관계자는 “중고 단말기 보상금 지급 여부는 정부가 가이드라인만 마련해주면 된다”면서 “대리점이 주체가 될 지, 본사가 직접 수거에 나설 지는 사업자들이 알아서 판단해야할 것”이라고 말해 추가적인 유도는 어렵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