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를 의무적으로 탑재하는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전망이다. 정부가 관련 고시를 마련하기 위해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위피’ 시행시기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 중소 단말기업체들의 준비가 매우 부족한 상황임이 드러난 것.
위피 확산에 ‘키’를 쥐고 있는 단말기업체들의 준비 상황이 이러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정부의 복안은 준비된 대기업(삼성전자, LG전자 등)과 준비가 늦은 중소기업으로 시행시기를 차등화하는 것이다. 준비가 된 대기업은 당초 예정대로 내년 1월 의무화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상반기중으로 순연한다는 생각이다.
사실 정부는 이번에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당초 계획인 내년 1월보다 2달여 앞당길 욕심에 올 10월로 예상하고 사별로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의견을 취합한 결과 되레 시행시기를 더 늦춰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정책도 현실에 기반을 둬야 한다면 이 같은 결론에 문제는 없다. 진짜 문제는 정부가 이 같은 업체별 개발 상황의 차이를 어떤 그릇에 담아 조율할 것인가다. 대기업, 중소기업으로 의무 탑재 시기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한 대안이 될 수 있으나 단말기를 구입할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늦게 단말기를 공급할 중소기업들에 뭔가 불이익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또 정부의 뜻(?)을 받아들여 일찍 제품개발에 들어간 업체들도 불만이다. 단지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먼저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게 어불성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피 탑재가 관련 업체들에 얼마나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위피를 빨리 개발해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여건을 마련한다면 후발 단말기업체들도 역량을 좀 더 집중해서 개발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미국과의 통상협상에서 명확한 논리로 위피 규격 의무화를 이끌어 낸 것처럼 관련업계와 대내 협상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새삼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