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회사 경영자가 과연 첨단 반도체사업도 잘 해낼 수 있을까.”
율리히 슈마허에 이어 인피니온테크놀로지를 이끌 차기 사령탑으로 타이어 제조사 출신의 전문 경영인이 내정됐다고 실리콘스트래티지스가 독일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인피니온은 독일 하노버에 본사를 둔 세계 4위의 타이어업체 컨티넨탈 AG의 울프강 지바트 부회장을 차기 CEO겸 회장으로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지바트는 인피니온 이사회의 승인절차를 거쳐 오는 9월 1일부터 CEO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독일 현지언론은 인피니온의 새로운 수장이 반도체 전문가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후계구도의 배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54세인 울프강 지바트의 과거경력을 살펴보면 지난 1977년 BMW에 입사한 이후 컨티넨탈 AG의 부회장직에 오를 때까지 차량용 전장부품사업에서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했지만 반도체분야에는 문외한이다.
하지만 지바트 부회장은 컨티넨탈 AG에서 생산라인의 과감한 해외이전으로 차량용 컴퓨터나 전자브레이크 등 전장사업의 수익률을 크게 높였으며 이같은 경험은 반도체 사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바트의 CEO취임을 계기로 인피니온이 수익성이 높은 차량용 반도체사업에 집중하는 한편 원가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인피니온의 4개 사업부문 중에서 차량용 반도체 사업은 덩치는 작지만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 전자부품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지바트 신임 CEO가 컴퓨터용 반도체보다 훨씬 수익성이 높은 차량용 반도체 쪽에 주력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는 또 지난 3월 사임한 율리히 슈마허 못지 않게 저돌적이며 노조에 대해서도 비타협적인 성향으로 알려져 지난해 5000명을 감원한 인피니온의 구조조정 작업에도 한층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한편 이 회사의 막스 디트리히 클레이 임시 CEO는 슈마허의 사임을 불러왔던 인피니온 본사의 스위스 이전계획은 완전히 백지화됐다고 설명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