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이동수신방식을 놓고 방송위원회와 장비개발업체 간 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디지털기술 시장을 선점하고 특히 차세대 성장동력을 집중 육성해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해야 할 우리가 본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규격 논쟁에 너무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번 휴대이동수신방식 문제도 해당 업계의 이해까지 걸린 첨예한 사안이어서 이를 서둘러 매듭짓지 못할 경우 파문이 계속 퍼질 수 있다. 그동안 지상파 DMB용 솔루션과 장비를 개발해온 업체들은 최근 방송위원회가 휴대이동수신방식으로 ‘DVB-H’ 도입을 검토한다는 방침에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지난 2000년 말부터 DAB방식을 기반으로 독자 지상파DMB 규격 마련 작업을 해왔고 지난해부터는 칩과 수신기 개발 투자를 진행중인데 이제 와서 DVB-H로 변경을 검토하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DMB 관련 업체들은 DVB-H 방식을 도입하면 그동안 지상파DMB 개발에 투입한 800억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특히 기회 손실액만도 4년간 16조∼20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방송위·정통부 등 관련 기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집단 움직임에 나설 태세라고 한다. DMB산업협회 측도 이른 시일 안에 휴대이동수신방식에 관한 의견서를 관련 기관에 제출할 방침이다고 한다.
우리는 디지털TV와 휴대이동통신 등 관련 기술을 남보다 앞서 개발해야 차세대 디지털 시장을 주도할 수 있고 국가 경제도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방송위가 기술 추세나 산업적인 측면에서 어떤 방식이 우리 기업이나 국가 경제 성장에 유리한지 냉철하게 분석하고 검토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라고 본다. 다만 문제는 이미 결정된 방침을 재검토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방송위가 이번 재검토 배경이나 앞으로 계획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게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사태의 전말에 대해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검토 방침이라는 것은 해당업체들의 입장에서 보면 기존방식을 지연시키거나 변경하려는 의도로 오해할 수 있다. 일부 알려진 것처럼 DVB-T의 약점을 보완해 휴대이동수신을 가능케 하는 DVB-H도 도입 여부를 검토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토대로 지금 방식을 일부 수정한다는 것인지 현재로서는 방송위의 의도를 알 수 없다. 이미 일부 보고서가 DVB―H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고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해당업체들로서는 우리가 주도해 온 방식을 제쳐 놓고 그것도 우리와 경쟁관계인 업체가 주도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것에 의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문제는 해당업체들이 이미 막대한 돈을 들여 장비개발 사업에 착수해 나름대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데 있다. 착수 전이라면 해법은 간단할 것이다. 따라서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기존 방식대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기존 투자비를 상쇄할 만한 결격사유가 있다면 산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디지털 방송산업은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 추세와 국가 이익을 냉철하게 감안해 조기에 매듭짓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