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TED”
미국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서부영화에는 수배자들을 잡아 현상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문 총잡이들이 단골로 등장한다. 흉악한 범법자일수록 현상금은 올라가고 수배자와 그들을 잡으려는 인간사냥꾼들의 쫓고 쫓기는 숨가쁜 추격전이 황량한 사막을 배경으로 끝없이 펼쳐진다. 물론 영화의 대미는 수배자와 총잡이의 숨막히는 결투와 선(善)의 승리다.
이제는 추억의 명화에서나 어렵게 찾아볼 수 있는 수배자와 총잡이의 결투가 서부시대가 아닌 첨단의 IT기술로 무장된 정보화시대에 다시 펼쳐지고 있다. 이른바 바이러스 유포자가 수배자, 이들을 검거하려는 IT전문가들이 총잡이로 등장한다. 물론 현상금도 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거금인 500만달러다. 그만큼 바이러스 제작자의 혐의가 무겁기 때문일까.
최근 전세계 PC 수백만 대를 감염시킨 사세르 웜을 만든 18세 용의자가 체포되면서 ‘안티바이러스 어워드 프로그램(Anti virus Award Program)에 대해 일반인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세계 최대의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 11월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바이러스를 제작, 유포하는 사람들을 체포하는 데 결정적인 제보를 한 사람들에게 25만달러의 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는 블래스터, 소빅, 마이둠 바이러스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사람에게 각각 25만달러를 제공했지만 사세르 웜처럼 유포 혐의자 체포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결국 이번 사세르 웜 제작자의 체포는 ‘안티바이러스 어워드 프로그램’의 첫번째 결실인 셈이다.
기술발전으로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또 이를 막기 위한 기업들의 투자도 이에 비례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현상금이 내걸려도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의식의 변화가 없다면 현대인들이 바이러스의 피해에서 벗어나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양승욱 컴퓨터산업부장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