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의 약속시간 불감증

12일 산업자원부 주도로 지난해부터 추진한 전자태그(RFID) 시범 사업의 시연회가 경기도 용인 CJ GLS 물류 센터에서 열린다. 행사에는 컨소시엄에 직접 참가한 업체 대표는 물론 학계, 이를 주관한 정부 부처 관계자가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행사였기에 이달 12일 오후 3시로 날짜와 시간이 공표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행사를 불과 하루 앞둔 11일 불현듯 시간이 변경됐다. 오후 3시에서 오전 10시로 무려 5시간이나 당겨졌다. 이 날 행사에는 산자부 고위 관계자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행사 진행의 어려움이 있거나 참석자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이날의 VIP 관료 일정상 예정 시간이 뒤바뀐 것이다.

 정부의 ‘약속 시간 불감증’은 이 뿐만이 아니다. 불과 2주전인 지난달 27일에도 산자부는 삼성테스코가 주관 사업자로 추진한 또 다른 RFID 시연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시연회 시간은 27일 오후 3시로 확정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역시 고위 관료가 늦는 바람에 모든 행사가 올스톱됐다.

 결국 행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은 하릴없이 1시간30분 가량을 허비해야 했다. 뒤늦게 참석한 정부 관계자는 단지 ‘이전 행사가 길어졌기 때문’이라는 사족 같은 말로 사과를 대신했다. 결국 행사는 4시30분경에야 시작됐고 당연회 행사 시간을 3시로 알았던 대부분의 사람은 이후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정부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행사인 만큼 정부측 고위 관계자가 참석한다면 당연히 자리가 빛날 것이다. 백번 양보해 불가피한 정부 업무로 일부 일정이 지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연회는 성격상 분명 정부를 위한 행사가 아니다. 그동안 진행했던 사업 성과를 해당 부처 뿐 아니라 학계, 산업계, 연구계 등에 알리고 평가 받는 자리다.

 혹시나 시연회를 마치 정부 실무자가 그간의 진행한 성과를 고위층에게 보여 주기 위한 자리로 잘못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 지 심히 우려스럽다.

 <디지털산업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