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한국의 기업정보화 정책에 대한 검토보고서’는 우리나라 정보화의 실상을 새삼 확인시켜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특히 우리 기업정보화 현황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입체적으로 진단하고 대책까지 제시한 것이어서 앞으로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 요긴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보고서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기업들이 매월 일정액을 내면 인터넷을 통해 전문업체로부터 소프트웨어를 빌려쓰면서 각종 IT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ASP방식의 기업정보화 사업인 소기업네트워크사업에 대해 여타 OECD 회원국들이 벤치마킹해야 할 모범사례로 지목했다는 사실이다. 이 ASP사업이 기업정보화 초기 투자비용과 시스템 유지 부담을 줄여 정보화 사각지대에 놓인 소기업 15만개를 정보화할 정도로 큰 성과를 거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평가는 당연하다고 본다.
또 우리나라가 초고속인터넷 등 IT 인프라 수준과 함께 일반 국민들의 인터넷 활용도가 높아 전자상거래의 확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전자거래 활동 측정 보조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 공인전자서명 발급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범국가적 정보화 의지, 전자조달(G2B)을 통한 정부의 전자상거래 선도노력 등 기업정보화 정책이 여타 회원국과 비해 앞서는 것으로 평가했다. 한마디로 한국의 IT인프라 수준이나 범정부적 기업 정보화 노력은 선진국의 모범이 될 만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런 조건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실제 IT 활용도는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진단했다. 우리 기업들의 전자거래 비중은 12.7%로 IT인프라 수준에 비해 매우 저조한 편이다. IT활용도가 낮은 만큼 정보화를 통한 생산성 제고 효과 또한 기대 이하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또 기업간 정보화 격차도 상존하고 이로 인해 IT를 활용한 기업 혁신 및 기업간 협업 효과도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했다. 뚜렷한 목적 갖기보다는 다른 기업들의 정보화 구축 붐에 편승하는 우리 기업의 정보화 추진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이번 OECD 보고서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IT인프라 강국이 IT강국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고 하나의 필요조건일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IT인프라 구축이 절반의 성공이라면 나머지 절반의 성공여부는 어떻게 인프라의 활용도를 높이며 구체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IT 인프라의 활용이 사회 전체적으로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OECD의 권고대로 정부가 시장 원리에 기반을 두고 더 많은 중소기업이 정보화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정보화 사업의 발굴과 추진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자발적인 정보화 추진을 유도하고 또 정보화를 통해 기업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하는 수요 유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선 기업 스스로 IT투자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자기진단 노력에 대한 정책적 차원의 지원도 요구된다. 여기에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IT솔루션을 개발해 보급할 때 IT인프라 활용도가 제고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균형잡힌 IT강국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이는 정부 혼자만 나서서도 안되고 기업, 국민이 함께 나설 때 성과는 배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