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시장이 ‘심각한 경쟁제한적 상황’이냐 여부를 놓고 또 다시 선후발 사업자들간의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인가조건 이행여부를 심의할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최대 현안인 현재 시장경쟁 상황에 대한 판단기준을 저마다 달리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번호이동성 시차제 실시이후 가입자 기준 시장점유율의 의미가 다소 떨어진 상황이어서 매출액 기준 점유율 논란이 뜨겁다.
KTF(대표 남중수)는 본지가 최근 보도한 ‘이통3사 사장단 릴레이 인터뷰’ 기사 가운데 SK텔레콤 김신배 사장이 밝힌 “신세기통신 합병이후 후발사업자인 KTF는 연평균 39%, LG텔레콤은 21%씩 매출액이 성장했다(본지 11일자 3면)”는 주장에 대해 12일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공식 반박했다. KTF는 배포자료를 통해 SK텔레콤·신세기통신 합병시점인 2001년12월을 기준으로 지난해말까지 3년간 자사의 매출액이 6.1% 늘어나는데 그쳤고, LG텔레콤은 오히려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연평균’이라는 말이 와전됐을뿐, 신세기통신 기업결합이 실제 효력을 발휘한뒤 후발사업자의 매출액은 각각 39%, 21% 늘어났다고 재차 확인했다. KTF·LG텔레콤이 매출액 성장율 기준 시점을 SK텔레콤·신세기통신 합병승인 당시인 2001년12월로 제시한 반면, SK텔레콤은 합병의 효력이 발생했던 지난 2000년 4월을 기준으로 못박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신세기통신 합병이 문제의 근본이었다면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을 받았던 2000년4월이 기준”이라며 “2001년12월은 법적인 정리가 마무리됐을뿐 두 회사가 사실상 하나로 합쳐진 시기는 2000년”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기업결합 신고를 제출해 조건부 승인을 받았던 2000년 4월은 신세기통신과 합쳐 가입자 점유율이 57%로, 외형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2001년 6월까지 합병법인의 점유율을 50%이하로 낮출 것을 강제하면서 당시 SK텔레콤의 매출액 성장은 주춤했던 것이다. 하지만 KTF는 “합병으로 인한 경쟁상황의 변화를 보려면 합병직전인 2001년 시점과 비교해야 하지 않나”라며 “더욱이 2000년과 비교해도 우리가 39%나 매출액이 늘었다는 것은 숫자 파악조차 틀린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같은 공방은 최근 번호이동 가입자 규모가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시장경쟁이 극에 달하자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선후발 사업자들간의 시장경쟁이 가열되면서 점유율 기준도 가입자냐 매출액이냐를 놓고 저마다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면서 “모두가 수긍할 객관적인 지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시점 또한 의미가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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