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설비 기사들이 콜센터로 간 이유는?’
인터넷전화 사업을 하고 있는 A사는 얼마전 면접을 통해 무선설비 기사 3명을 채용했다. 이들이 배치받은 자리는 다름아닌 콜센터. 겉으로는 고객들의 문의에 전문기술지식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들었지만 경험이 많은 상담직원들을 해고하고 이들을 채용한 속사정은 다름아닌 정통부의 별정통신사업 등록요건 때문이었다. 별정 1호 등록을 유지하려면 통신분야 기술계 자격자 3명과 기능계 자격자 2명 이상을 채용하고 있어야 하는데 기술계 자격자가 하나도 없었던 것.
A사는 서울체신청으로부터 “인력을 확보되지 않으면 등록이 취소된다”는 경고를 받고 서둘러 이들을 채용했으나 막상 이들 자격자를 활용할 방법이 묘연했다. 정통부 규정상 자격자들은 전파통신, 무선설비, 통신선로, 전파전자 등 분야의 기사나 산업기사로 정해져 있으나 실제 사업에선 쓸모가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들을 콜센터 상담직원으로 채용하는 미봉책을 사용하게 된 것. A사 대표는 “실제 인터넷전화 사업에는 주로 소프트웨어 기술자가 필요한데 규정은 통신설비 위주 기술자로 돼 있어 현실과 괴리가 있다”며 “별정 1호 사업자 자본금 30억원의 기준인 교환기 가격이 이보다 많이 떨어졌는데도 규정에 변화가 없는 등 제도의 정비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7월부터 이동전화, 시내전화망 이용약관이 시행되고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인터넷전화 사업이 본격화되는 등 별정시장에게는 고난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틈새시장 개척으로 이용자의 편익을 늘려온 별정사업자들을 배려하는 정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