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학술연구단체들이 비합리적인 비자발급규정에 따른 해외두뇌의 유입감소로 미국 과학기술계의 경쟁력이 위기에 처했으며 미국당국에 유학생 비자제도의 획기적 개선을 촉구하고 나서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13일 보도했다.
미국의 25개 학술연구단체 대표들은 백악관과 FBI, 미국토안보국에 공식 전달한 서한에서 “미국이 불합리한 현 비자제도를 시급히 개선하지 않을 경우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학생과 연구원들을 미국에 유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 “미국이 다른 세계로부터 계속 고립될 경우 과학, 경제부문에서 리더십을 잃고 말 것”이라면서 9·11사태 이후 비자발급규정을 강화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혁하라고 주문했다. 이들 단체는 미국 학술연구계의 95%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미국 대학교와 연구소를 받쳐온 해외두뇌의 두드러진 유입감소와 이에 따른 위기감을 반영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의 학술단체들은 비자발급에 따른 관료적 폐해 때문에 유학생들이 미국이 그들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상을 받게 됐다고 비판하고 행정당국에 6가지 개선안을 요구했다. 이 개선안은 △유학생과 과학자들이 매년 비자를 경신하지 않아야 하며 △이들이 연구기간 동안 별도의 보안심사를 거치지 않으며 △보안심사규정을 일관되게 적용하며 △이미 신분이 확인된 사람에 대한 반복된 보안심사를 줄이고 △비효율적인 비자갱신 과정을 단순화하며 △미국 입국시 유학생들에게 학생 감시시스템(SEVIS)의 구축비를 강제로 부과하지 말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지식층들은 비자의 발급지연으로 인해서 외국의 우수한 학생들과 학자들을 쫓아낸다면 미국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세계각국에서 오는 유학생들로 인해 연간 130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한편 해외각국의 지도층에 간접적인 영향력까지 발휘하고 있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의 알란 레스너 회장은 “올해 미국 대학원에 신청한 외국인 수가 32%나 줄었다”면서 유학생들의 비자가 거부되는 사례가 지난 2000년 1000건에서 2002년에는 1만4000건으로 폭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시행정부의 톰 리지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유학생에 대한 비자 발급정책을 전향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