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파일 저작권을 놓고 음악계와 LG텔레콤이 지루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음악계는 이번 기회에 MP3 음원에 대한 권리를 확실히 지키겠다고 벼르고 나왔다. LG텔레콤은 소비자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며 ‘무료’를 고집했다. 급기야 파일 무료전송 프로그램을 배포하자, 음악계는 수십명의 유명 가수들을 앞세운 ‘규탄’시위로 맞선다. 음원저작권도 보호하고 소비자권리도 존중해주자는 LG텔레콤측 수정안에 대해서도 음악계는 “소비자 권리를 내세운 상술일 뿐”이라며 답하지 않았다.
양측의 주장은 모두 ‘저작권’을 앞세우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음악계는 음원의 저작권을 내세우고 있고, LG텔레콤은 소비자가 적법하게 소유하게 된 MP3 파일에 대한 이용권리는 저작권법에 보호돼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측 논리를 엇갈리게 하는 현행 저작권법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일부에서 아날로그식 저작권법이 디지털시대의 산물을 구속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일터이다. 예컨대 유료로 구입한 음악CD를 친구들과 돌려 듣는 것은 합법이고 디지털기술을 통해 전송하면 불법이라는 식의 논리는 합당치 않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 기회에 저작권법을 확 바꾸자고도 한다. 설득력있는 얘기다. 하지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런 논리는 결과적으로 LG텔레콤측 주장에 맞닿게 된다. 이번 사건의 궁극적인 해법으로는 부적절한 측면이 없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저작권을 내세우는 음악계 주장이 무조건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고 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창작자의 권리는 기본적으로 보호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LG텔레콤이 소비자 이익을 내세워 음반산업을 고사시키려 한다”는 음악계의 주장은 수긍할 수 있는 나름의 명분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명분은 현실적인 문제와는 상충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저작권법 문제를 떠나 디지털기기는 처음부터 불법 콘텐츠가 아니면 이용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콘텐츠가 처음부터 유료였다면 디지털기기 구입자 입장에서는 수지타산이 맞을 리 없다. 하지만 음악계 주장대로라면 MP3폰과 같은 디지털기기는 ‘음악 죽이기’에 동원된 극악한 수단일 뿐이다. 음악계의 주장이 다소 허점을 노출해 보이는 대목인 것이다.
이번 사건을 어느 한쪽에 대한 옳고 그름의 문제로 해결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보인다. 똑같은 예가 바로 미국에서 있었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와 냅스터 등이 벌인 무료다운로드서비스 논쟁은 5년 가까이 끌면서 사사건건 부딪혔다. 바로 이 틈을 비집고 등장한게 애플의 ‘아이튠즈’다. ‘아이튠즈’는 곡당 다운로드 비용으로 99센트를 받으면서 소비자 권리를 함께 보장하는 전략을 통해 1년여만에 1억곡 판매를 눈앞에 두는 대성공을 거뒀다. 저작권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이를테면, 음악계나 LG텔레콤이 내세우는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윈윈전략으로 성공을 일궈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소비자 기구들이 합세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주목해볼만 사건이다. MP3파일을 이용하는 것은 자신들인데 막상 자신들의 목소리는 경청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의 잇따른 조사결과를 보면 소비자들도 기존의 관념을 깨고 “꼭 무료만을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게 대세이기도 하다.
창과 방패의 논리란 끝없이 상대방을 뚫고 막는데에만 치우치기 마련이다. MP3파일 그 자체가 창이나 방패 어느 한쪽이 될 수는 없다. 완충지대인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아이툰즈와 같은 해법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서현진 디지털문화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