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방송장비 수출강국?

“우리나라가 방송장비 수출 강국?”

 자료만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는 방송장비 부문서 지난해 1억5255만달러 가량 흑자를 기록한 수출 강국이다.

 한국전파진흥협회가 이달 발간한 ‘전파산업 통계월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방송국용 기기를 2억2000만달러, 방송국용 부분품을 2106만달러를 수출해 무역수지 부문서 1억5255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2년 1억4104만달러 흑자에 비해 8% 증가한 수치로 견고한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방송장비업계 전문가는 ‘황당한 자료’라고 일축한다. 그는 “국내 방송장비 시장에는 자체 기술을 가진 국내업체가 거의 없을 뿐더러 외국 장비업체의 판매 대행 업체가 주류인 상황인데 어떻게 우리가 수출국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전파진흥협회의 세부 데이터를 보면 ‘방송국용 비디오기기 중 TV카메라 부문’ 수출액이 2억2018억달러로 잡혀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방송국용 카메라 제조업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내 방송용 카메라 시장의 경우 ENG카메라는 일본 소니가 거의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며, 스튜디오용(EFP) 카메라는 소니와 이케가미가 양분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전파진흥협회의 김형준 연구원은 “데이터는 관세청의 HS상품분류코드와 정통부의 ‘정보통신산업상품 및 서비스 분류체계’에 맞춰서 수출입 금액을 추린 것”이라며 “HS코드가 세분화돼있지 않아서 누락되거나 잘못 추가된 금액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우리가 아무 자료나 쓰는게 아니라 통계청 승인번호 37402호를 얻은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의 월보에 바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전파진흥협회의 최동환 부장은 “앞으로(정확한 데이터를 내기 위해) 별도 조사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왜곡된 자료가 잘못된 정책 결정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 실제로 방송장비 벤처업체의 관계자는 “지금 국내 방송장비 벤처들은 개발비가 없어 사업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런 자료를 접한 정책결정자들이 어려움에 처한 방송장비 벤처를 도와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