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때마다 우리나라 IT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호텔 내 비즈니스센터를 제외하고는 인터넷 이용이 힘들고 휴대전화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때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IT환경을 생각하며 자부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최근 국내 경제 상황을 돌아보면 이러한 자부심은 어느새 걱정으로 바뀌고 만다. 세계 경제가 회복하는 추세와 달리 국내 경기는 내수부진에다 청년실업 문제,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도 중국 등에 언제 추월 당할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IT를 활용한 기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IT 자체를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해 산업구조를 기술과 지식기반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우선 기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리가 갖춘 세계 수준의 IT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경영과 결합하여 획기적인 원가 절감과 운영효율 개선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IT 인프라 측면에서는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이를 실제 사업과 연계하거나 활용하는 것은 선진국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ERP, CRM, SCM 등 기존 시스템을 IT 인프라와 연계해 RTE(Real Time Enterprise) 체계로 전환하고,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유비퀴터스 환경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민첩하게 대응하고 비용절감과 서비스 품질 향상을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IT분야 자체를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선 정부가 이미 메모리, 정보가전, 이동통신 등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지정,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IT제조 분야에만 집중된 측면이 없지 않다. IT제조보다 규모가 큰 SW시장에서 국산SW 시장점유율은 1∼2%에 불과하고 핵심SW의 대외의존이 심화되는 현상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SW산업을 신성장산업·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업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 SW산업은 업체들의 영세성과 과당경쟁, 취약한 수익 구조, 요소기술 부재, 핵심 솔루션의 해외 의존 등 악순환 구조를 보이고 있다. 정부도 국가계약법·SW산업 진흥법의 부분개정과 제도개선 등을 통해 이를 개선하고 있지만, SW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몇 가지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첫째, SW업체의 지적 자산을 보호,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프로젝트 산출물 등의 지적자산을 발주처의 배타적 자산이 아닌 SW업체와의 공동 자산으로 인정함으로써 SW업체가 보다 경쟁력 있는 SW를 개발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SW 대가산정 방식 역시 투입된 인건비 중심에서 산출물의 가치 중심으로 개선되어 지적 노력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SW산업 관련 주체간 원활한 협력이 가능하도록 정부 정책과 기업들의 사업 방식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들은 산학협동, 대기업·중소기업간 역할 분담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미래 핵심 요소기술과 솔루션을 확보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은 특화 영역에 집중하여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대기업은 프로젝트 관리, 시장개발, 유통을 책임지는 업무 분담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윈윈이 가능할 것이다. 정부 역시 우리 기업들이 제한된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기 보다는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핵심 솔루션 분야를 선정해 집중 육성해야 한다. 이동통신·온라인 게임 등 강점 보유 분야, 전자정부·GIS/ ITS 등 선도적 경험 보유 분야, 공개SW·임베디드SW 등 전략적 육성분야 등이 우선적인 후보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 중심에는 IT가 있다. IT분야에 있어 SW 산업의 중요성이 재인식되고 SW 산업이 차세대 신성장 동력산업의 중추로 확고히 자리잡기를 기대하며 IT업계의 공동 노력을 다짐해 본다.
◆윤석경 사장(SK C&C 대표이사) skyoon@skc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