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E3 결산

사진;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막된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전시회 ‘E3’가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14일 폐막했다. 사진은 관람객이 하나로드림이 출품한 체감형 게임기 ‘액션스틱’을 이용해 직접 주먹을 날리고 발차기를 하며 격투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 <연합>

지난 14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2004 E3’는 세계 게임 시장의 변화를 한눈에 보였다. 우선 세계적으로는 비디오게임 독주가 마감되고, 한국기업들이 강세인 온라인게임 시장의 서막이 올랐다는 점이 각인됐다. 그러나 반대로 한국기업들에게는 비디오게임이라는 세계적인 시장발판을 적극 활용해야한다는 점과 함께 온라인게임 최강국의 위상을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확인받는 일이 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기업 가운데서는 엔씨소프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엔씨소프트는 현지에서 최고의 역작 ‘타블라라사’를 비롯해 ‘오토어설트’ ‘알터라이프’를 공개하고 ‘리니지2’ ‘시티오브히어로’ 등의 북미지역 서비스도 본궤도에 올랐음을 전세계에 확인시켜줬다.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무조건 ‘플레이스테이션’이나 ‘X박스’에 실려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깨고 온라인게임의 독자상품화라는 청사진을 제시한 점도 돋보인다.

 웹젠도 상대적으로 미흡하기는 했지만, ‘뮤’의 서비스 국가를 5개국으로 늘리며 해외입지 강화라는 방향성을 재확인해줬다. 웹젠에게는 이번 E3가 ‘포스트 뮤’를 내놔야하는 부담감을 더 절실히 각인하는 자리가 된 것이다.

 비디오게임 부문에서는 게임기의 주류가 고정형 콘솔에서 휴대형으로 빠르게 옮아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소니는 이미 발표된 대로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을 올해안에 출시, 선제 공격에 나설 예정이다. 여기에 닌텐도는 ‘닌텐도 DS’로 맞받아쳤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차기모델 ‘X박스2’도 어떤 형식을 띌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휴대형 흐름을 완전히 배제하진 못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콘솔플랫폼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세계시장 공략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판타그램이 이번에 선보인 X박스용 게임타이틀 ‘크루세이더’가 오는 9월부터 미국에 진출하게 된 것이 단적인 예다. 넥슨·NHN 등도 PSP용 게임 개발에 들어가 있다.

 모든 게임 플랫폼에서 ‘대작’ 열풍이 지속될 것이란 점을 확인한 것도 이번 E3의 성과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가 그랬듯 올해도 ‘그란투리스모4’ ‘소콤2’ ‘헤일로2’ ‘둠3’ ‘스타크래프트3’ ‘던전시즈2’ 등 초대작들이 대거 공개됐다. 비디오게임, PC패키지, 모바일 등 모든 분야에서의 ‘대작레이스’가 당분간 시장을 지배하는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한편 한국 중소게임업체 15곳이 공동으로 만들어 참가한 ‘한국공동관’에서도 짭잘한 수출성과가 올려졌다. 댄스게임·체감형 게임기·모바일게임 디바이스 등 아이디어와 독창성만 갖춘다면 세계시장의 높은 장벽도 쉽게 넘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