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번호이동성제 6개월 파장 크지 않았다

미국통신업계에 번호이동성제도가 도입된지 6개월이 지났으나 시장에 미친 파장은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번호이동성제도가 시행된 이후 미국의 100대 도시에서 기존 번호를 유지한 채 통신사업자를 바꾼 휴대폰 사용자는 약 260만명, 유선전화에서 이동통신으로 바꾼 고객은 20만명이라고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한 관리는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억5800만명인 미국의 이동통신 가입자 중에서 98% 이상이 번호이동성 제도에도 불구하고 기존 통신서비스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미국 이통시장에서 매달 통신사업자를 바꾸는 고객비율이 평균 3%인 점을 감안하면 번호이동성제도가 실제 휴대폰 고객의 행동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많은 통신전문가들은 번호이동성 제도가 시작되면 수백만의 휴대폰 사용자들이 더 좋은 서비스를 찾아 한꺼번에 몰려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분하기만 하다. 또 번호이동성 제도가 이통사업자간 경쟁을 촉진할 것이란 FCC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난 6개월간 미국 1위 사업자인 버라이존의 점유율이 오히려 소폭 늘어나 이 제도의 도입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번호이동성제도를 외면한 가장 주된 원인은 막상 고객이 통신사업자를 바꾸려 할 때 회사마다 예상치 못한 기술적, 행정적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FCC에는 지난 6개월간 번호이동성에 관한 소비자 불만이 수천건 이상 접수됐다. 하지만 FCC측은 번호이동성 제도 초기에 문제가 됐던 기업간 결제시스템과 네트워크의 기술적 결함은 대부분 해결됐으며 최근들어 소비자 불만도 크게 줄어드는 추세라고 해명했다.

 마이클 파웰 FCC 의장은 뉴욕의 한 이통대리점을 찾아가 불과 한 시간만에 가족 전체의 휴대폰을 바꿨다며 미국의 번호이동성제도는 이미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모든 통신사업자가 번호이동성제도를 지원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한 형편이다. 미국 3위의 이통업체 AT&T와이어리스의 경우 외부 전산시스템의 문제로 번호이동성을 원하는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역 전화회사인 센추리텔은 정해진 기한내 번호이동성을 지원하지 못해 FCC로부터 10만달러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번호이동성제도는 오는 24일부터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지만 시장에 미칠 파장은 예상보다 평이할 것이라고 통신업계 주변에선 예측하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