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산 두바이유, 북해산 브랜트유, 미국의 서부 텍사스중질유(WTI) 등은 현재 전세계 원유시장에서 각 권역을 대표하는 기준 유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 유종을 기준으로 프리미엄을 가산해 세계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가격을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들 3개 유종이 기준 유종으로 자리를 잡게 된 이유는 생산량이 많으면서 특정 생산자에게 생산이 독점돼 있지 않아 가격 형성이 투명하기 때문이다.
보통 서부텍사스 중질유 가격이 가장 비싼데 이는 원유에 유황 성분이 적고 원유의 비중을 나타내는 ‘API도’가 높은 데 따른 것이다. 유황 성분은 환경에 악영항을 미치므로 적게 포함될수록 좋다. 특히 별도의 ’탈황처리 시설’이 필요없어 비용면에서 두바이유나 브랜트유보다 훨씬 유리하다. API도가 높을수록 정제 과정에서 휘발유 등 고급 유류가 다량 생산돼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은 ‘중동의 진주’라고 일컬어지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전체의 80% 수준을 차지한다. 아랍에미리트는 세계 3위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인데 수도인 아부다비보다는 오히려 두바이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전적으로 두바이유의 명성에 힘입은 바 크다. 두바이는 인구 100만명 정도의 아랍에미리트 연방을 구성하는 7개국 중 하나로 아랍어로 ‘메뚜기’를 의미한다고 한다. 지난 1969년 석유를 수출하기 시작, 국제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지만 석유수입국인 우리에겐 결코 유쾌한 이름이 아니다.
지난주 국제 원유시장에서 3개 기본 유종의 가격이 일제히 수년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41달러선을 넘어섰고 중동산 두바이유는 90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35달러선을 돌파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유가가 5달러 상승하면 선진국 생산원가는 0.2% 상승하는 데 그치지만 한국의 생산원가는 6배 이상 많은 1.23% 오른다고 한다. 에너지 과다 소비형 경제 체질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역시 두바이유 가격이 35달러를 넘어서면 GDP가 3.67%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가뜩이나 각종 경제 지표가 불안한 상황에서 유가마저 이 지경이니 걱정이 태산이다.
<장길수 국제기획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