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영화 산업간 융합(convergence)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AP통신은 비디오 게임 산업이 최근 영화산업의 부산물로써만 인식되던 과거와 달리 할리우드의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 낼 정도로 성장하면서 게임과 영화산업간 융합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게임산업이 약 110억달러의 규모로 성장한데다 비디오 게임 플레이어들의 연령층이 넓어지면서 영화 판매 실적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미국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 자료에 따르면 게임 플레이어의 평균 나이는 29세, 게임 구매자의 평균 나이는 36세다. 이는 게임 수요가 10대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게임의 영향력이 산업·문화적인 측면에서 점차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영화 상영 뒤에나 관련 게임이 만들어지던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밴 헬싱(Van Helsing)’ 같은 게임은 이달 영화와 동시에 출시됐다. 또한 ‘헤일로(halo)’ ‘둠(Doom)’ 등 많은 블록버스터 게임이 영화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게임과 영화의 융합 추세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쇼인 E3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슈렉2’ ‘스파이더맨 2’ ‘반지의 제왕’ 등의 영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 판매 상위권을 차지했다. 올해 1월 비디오 게임 전담 부서를 새로 만든 타임워너의 워너브러더스는 이번 쇼에서 대중적인 어린이 동화인 ‘폴라 익스프레스(the Polar Express)’를 게임과 영화로 각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영화배우나 감독의 게임 분야 진출도 과거에는 볼수 없었던 모습이다. 피어스 브로스넌, 젯 리,카메론 디아즈 등 유명 배우들이 목소리나 얼굴이 게임에 등장하고 있으며 워쇼스키 형제 같은 유명 감독들이 단지 ‘매트릭스’ 영화만이 아니라 영화에 기반을 둔 게임 제작을 위해서 촬영작업을 진행하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게임소프트웨어기업인 일렉트로닉아츠(EA)의 마크 스캐그 프로듀서는 “소비자들은 이전과는 달리 더 이상 영화에서 본 것인지, 게임에서 나온 것인지에 대해 의식적으로 차별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타이거 힐 엔터테인먼트사 브래드 폭스호벤 사장은 “모든 사람이 이제는 게임이 영화 못지않게 훌륭한 수익원이란 점을 깨닫고 있다”며 “‘해일로’나 ’자동차 도둑’ 등 블록버스터 게임을 얘기할때 오히려 영화가 게임의 부산물이라는 점을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폭스호벤 사장은 현재 화감독인 존 우와 게임 콘텐츠를 공동 제작해 이를 게임뿐 아니라 영화나 TV용으로도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판매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영화 배우인 빈 디젤은 영화 ’리딕의 연대기’에 기반한 게임을 제작 프로모션중인데 디젤은 현재 게임 개발사인 타이건 스튜디오를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외신은 할리우드의 새로운 집행부와 영화 관계자들이 주변에서 비디오 게임을 보며 자라왔기 때문에 게임과 영화의 융합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배우의 트레일러나 작가의 방에서 항상 게임 콘솔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개의 산업을 별개로 구별하려는 것이 점차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