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직지`의 이름으로

독일 뒤셀도르프서 열린 세계 최대규모의 인쇄·출판 박람회 ‘드루파(Drupa) 2004’가 19일 폐막된다.

 지난 6일부터 2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50개국에서 제록스, HP, 하이델베르그 등 세계 유수의 디지털 프린팅 및 옵셋인쇄 업체들이 대거 참가했다. 하지만 맞춤형 주문 인쇄(POD:Print On Demand) 등 디지털 출판을 기치로 내건 이번 박람회 어디에도 IT강국 코리아는 없었다.

 한국 고객사들과 함께 이번 행사를 참관한 한국후지제록스 관계자는 “국내에는 인쇄·출판산업을 대표적 사양산업으로 생각한다”며 “국내 굴지의 IT업체들 역시 이 분야에 대해서 만큼은 잠재시장 정도로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디지털 IT기술이 발달할수록 종이 출판·인쇄시장도 비례 성장한다는 것은 이제는 일반적 정설이다. 현재 세계 출판·인쇄시장의 디지털화 비율은 3%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디지털 프린팅 시장은 매년 20∼30%씩 고속 성장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인쇄 관련 전시회인 ‘국제인쇄산업전(KIPES)’이 오는 7월 서울 코엑스서 개최된다. 이 행사의 전시규모는 1만368㎡. 드루파의 16분의 1수준이다. 최근 미국의 제록스도 이번 행사의 불참을 선언했다. ‘국제’라는 표현이 무색하다.

 드루파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매번 열린다. 서양 인쇄기술의 아버지라는 구텐베르크의 고장을 기리기 위함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구텐베르크보다 200년이나 앞선 ‘직지’가 있다. 지난달에는 유네스코가 ‘직지상’ 제정을 발표했다. 인류 최초의 금속활자본으로 세계가 거듭 인정한 셈이다.

 현재 직지의 원본은 국내에 없다. 이곳 파리 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지금껏 우리는 선조들이 일궈낸 기록문화의 영광을 하나둘 빼앗겨 왔다. 이제는 찾아야 할 때다. 직지의 자존심으로.

 <파리(프랑스)=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