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 생활은 전자·IT분야의 괄목할 만한 기술변화에 힘입어 나날이 편리해지고 있다. 하지만 생활이 편리해진 만큼 이를 바탕으로 더욱 더 편해지고 싶은 것이 사람의 욕심이다. 그리고 그 욕심은 기술의 발전을 끝 모르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중국 베이징의 대형상점에서조차 바코드인식기기가 보급되지 않아 상품가격 정산에 엄청난 시간을 들였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는 이미 바코드를 이용한 물건계산조차도 불편하다고 느끼는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다.
2년전 중국의 베이징에도 세계 최대의 대형할인 소매점인 월마트가 진출했다. 그 월마트가 미국·일본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전자태그(RFID)기술을 시범도입, 상품을 쌓아놓은 카트를 통과시키기만 하면 제품값이 자동적으로 계산되는 시대의 도래를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기업이 이 같은 기술적 발전을 반드시 매출확대로 이어나가게 될지는 미지수다.
‘월마트의 세기(The Wal-Mart Decade)’의 저자 로버트 슬레이터는 월튼의 창업자 샘 월튼이 무엇보다도 월마트의 무리한 고속성장을 경계했다고 한다. 그가 월마트의 조직구조를 단순화·투명화시킨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워싱턴에 로비스트 보내는 것을 반대했고 법률자문과 인력관리부서도 최소한의 인원만으로 구성했다. 이밖에도 신화 같은 얘기는 많지만 그의 신화는 윤리경영과 사회에 대한 봉사부분으로 요약된다.
최근 국내에 진출한 한 외국계 대형할인점은 납품업체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납품받는 등 횡포를 자행했다고 한다. 윤리경영으로 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의 최근 동향과는 동떨어진 것 같다.
세계 최고의 유통소매점으로 알려진 월마트가 표방한 것이 ’항상 낮은 가격’이지만 비윤리적인 방법을 썼다면 그 자리는 이미 월마트의 자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러한 투명경영과 고객중시 정책이 월마트 같은 기업을 2002년 포천지 선정 세계최고의 기업으로 부상하게 한 배경이었을 것이다. <이재구부장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