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통신그룹인 PCCW가 주력 계열사인 홍콩텔레콤(HKT)주식을 중국 4대 통신업체인 차이나넷컴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이번 주식매각이 성사될 경우 중국 본토기업이 홍콩 기업을 인수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합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PCCW는 부채 덩어리인 통신분야를 중국업체에 넘기고 새로운 첨단산업에 진출하는 전환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이 신문은 PCCW가 차이나넷컴측과 HKT의 주식매각을 비롯한 협상을 진행중임을 시인했다고 전했다.
홍콩의 거부 리카싱의 차남인 리차드 리가 이끄는 PCCW는 지난 2000년 2월 이 지역의 독점적 통신회사 HKT를 인수하면서 아시아 굴지의 통신그룹으로 등극했다. 당시 PCCW가 HKT를 인수하기 위해 지불한 비용은 280억달러로 현재까지도 아시아 최고 기록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인터넷거품이 꺼지면서 PCCW의 주가도 폭락했고 HKT에 투자한 금액은 고스란히 천문학적인 부채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PCCW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기업매출의 70%를 차지하는 HKT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대신 기업 전체를 차이나넷컴에 넘기는 승부수를 감행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럴 경우 PCCW는 지난 4년간 발목을 잡아온 통신사업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매각대금으로 확보한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데 기업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리차드 리가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통신사업 대신 다른 하이테크 산업에 투자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이나넷컴의 입장에서 HKT 인수는 경쟁이 치열한 중국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통신시장으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이는 현재 추진 중인 20억달러 규모의 홍콩, 뉴욕증시 상장계획에 큰 호재일뿐만 아니라 중국 남부지역을 장악한 라이벌 통신업체, 차이나텔레콤과의 경쟁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넷컴은 지난해 중국 북부 10개성을 합쳐서 설립된 중국 2위의 유선전화 사업자로 올들어 해외 시장 진출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한편 PCCW는 최근 부동산 사업부문을 홍콩의 가스회사에 매각하는 등 M&A에 대비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왔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