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19일 국내 유수 휴대폰업체의 전직 연구원 3명이 홍콩 회사로부터 거액을 받고 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것을 적발했다. 이들이 빼돌린 기술은 200억원이 넘게 투자된 것이다. 이들은 기술 유출 대가로 개인당 5000만∼6000만원의 인센티브와 스톡옵션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술(IT)업체는 기술로 먹고 산다. 휴대폰도 예외가 아니다. 누가 먼저 기술을 개발하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가른다. 특히 휴대폰은 국가 전략 산업이다. 그리고 ‘메이드인 코리아’ 휴대폰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때문에 휴대폰 연구원은 최고의 몸값을 받는다.
한국 휴대폰이 여기까지 오기에는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 지난 90년 후반만 해도 삼성조차 유럽의 바이어 얼굴 한번 보기 힘들었다. 변방에서 온 이름도 모르는 기업을 콧대 높은 유럽의 사업자와 바이어들은 만나주지 않았다. 이 모든 역경을 헤치고 한국 휴대폰은 세계 중심에 우뚝 섰다.
여기까지 오는 데는 개인의 삶과 가정을 버리고 오로지 휴대폰 개발에만 매달려 온 연구원들의 노력이 절대적이었다. 90년 중반 휴대폰 개발에 몰두하느라 집에 돌아오지 않는 남편들을 퇴근시켜 달라고 아내들이 회사 사장을 만나 읍소하기도 했다. 또 어떤 연구원들은 9시가 넘으면 전원이 퇴근해야 하는 회사 규정까지 어겨가면 제품 개발에 몰두하다 도둑으로 오인받기도 했다.
사건이 터지자 모 휴대폰업체 사장은 “요즘 개발자들에게 열정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최근 휴대폰 연구원들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본분을 망각하고 돈만을 좇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휴대폰 기술 유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앞으로 이보다 더 충격적인 사건들이 터져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휴대폰 연구원들은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