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과 주가가 널뛰기를 한다.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 내려야 할 것은 천정부지로 뛰고 올라야 할 것은 떨어지기만 한다. 주식을 ‘휴지’라고 하고 석유를 금유(金油)라고 부른다는 말도 들린다. 세상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더 많긴 하다.
그래도 요즘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을 보면 장애물이 너무 많다. 세계 기름값은 “오늘은 좀 떨어지려나” 하며 기대해도 물 거품이다. 주가는 그 반대다. 기름값처럼 주가가 오르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보름 사이에 두 번씩이나 ‘블랙먼데이’를 기록했다. 그런데다 공공요금 인상까지 기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한 후 집권2기 경제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1일 대기업 총수들과 청와대에서 회동한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이미 민생안정과 경제살리기에 국정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이 회동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어느 정도까지 논의할지는 알 수 없지만 기업인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기업들이 그간 건의한 규제완화나 투자장애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대책을 강구토록 내각에 지시해 놓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회동이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기회로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간 경제계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불만이 적지 않았다. 정부내 개혁론자들이 경제 현실을 외면했다는 게 큰 이유다. 하지만 이제 대통령이 집권 2기를 시작한 만큼 상생과 화합의 출발점에 서서 경제살리기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사람도 배가 고프면 체면을 지키지 못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살아야 경제도 산다. 고용창출이나 기술개발은 그 후의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기업의 기를 살려 주어야 한다. 기업하는 데 장애물은 빨리 제거해야 한다.
이용태 TG삼보컴퓨터 회장이 엊그제 한 모임에서 이런 말을 했다. “중국진출의 이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싼 노동력이다. 우리 임금의 10분의 1 수준이다. 다음은 공직자의 경쟁력이다.” 중국 선양에 진출한 삼보기업에 해당 공무원이 수시로 드나들며 애로점을 묻는다고 했다. 최근 선양시장을 만났는데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매출액을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선양시장은 “이 회장께서는 3개월마다 매출보고를 받는 것 같군요. 저는 매주 보고를 받습니다.”
벼도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정부의 부단한 관심 속에 기업 성장의 장애물 제거작업을 지속적으로 하는 일이 필요하다. 규제 완화는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 제조업 공동화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면 막을 수 있다.
이제부터는 그간의 대립을 털고 화해와 협력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기업인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경영에만 매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 난국타개에 요술방망이는 없다. 고달프지 않고 성공할 수 없다. 난관은 우리가 극복해야 한다.
대외악재보다 더 무서운 게 기업의 의욕상실이다.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국민 소득 2만달러 달성과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 등은 기업이 의욕을 갖고 앞장서서 추진해야 할 일이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기업의 기를 살려 난관을 극복하도록 해야 가라앉은 경제가 살아난다. 경제회생에 지름길은 없다. hd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