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업계 연구개발(R&D) 인력이 중견·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대거 이동, 기업간 인력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국내 대표적인 휴대폰업체들이 차세대 휴대폰 개발 등을 위해 국내외 R&D 인력을 대거 채용하는 반면, 중견·중소업체들은 경영난 등으로 개발인력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1만여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휴대폰업계 R&D 인력 중 삼성전자, LG전자, 팬택&큐리텔 등 휴대폰 3사 소속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5% 가량을 차지했으나, 올 연말이면 70% 이상일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특히 대기업에서 중견 이하 기업 또는 R&D전문업체로 빠져나갔던 개발 인력이 다시 대기업으로 회귀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대기업 인사담당 관계자는 “불과 1∼2년 전만 해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빠져나가는 휴대폰 개발인력들이 많아 고민이었으나, 최근 중견·중소 휴대폰업체들이 경영난에 빠지자 되돌아오려는 인력이 늘어났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매년 휴대폰 R&D 인력을 500명 이상 늘렸다. 최근에도 공개모집을 통해 휴대폰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거 충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2200명이던 휴대폰 개발인력이 올해는 3000명에 육박할 것”이라며 “일정선을 정해 채용하는 게 아니라 좋은 인력이 있으면 언제든지 채용한다”고 밝혔다.
LG전자(대표 김쌍수)는 올해 700여명의 휴대폰 R&D 인력을 새로 충원, 25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최근 중견·중소기업의 상당수 휴대폰 개발인력을 LG전자가 흡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오는 2007년까지 휴대폰 개발인력을 올해의 2배 수준인 5000명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계열(대표 박병엽)은 최근 국내 일간지 등에 R&D 인력 채용 광고를 내고 200명 안팎의 개발인력을 새로 뽑기로 했다. 1500명인 인력구조를 연내 1800명까지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팬택계열 관계자는 “과거엔 R&D 인력의 대부분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했지만, 올해 사정이 크게 달라져 경력사원들이 대거 몰린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휴대폰 자회사 SK텔레텍(대표 김일중)도 지난해 380명이던 개발인력을 현재 450명으로 늘렸으며, 올해 5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중견·중소 휴대폰업체들은 올 들어 R&D 인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텔슨전자의 경우 지난해 말 450명이던 개발인력이 현재 300명선으로 줄어들었으며,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세원텔레콤의 개발인력은 대부분 회사를 옮겼다. 전체 인력의 80% 가량이 연구원인 모 R&D업체도 직원들의 이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회사 사장은 “올해 매출이 줄어들고 실적이 나빠지자 팀 단위로 회사를 옮기는 사례도 있다”며 “개발자가 돈만 보고 회사를 옮기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졌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말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회사를 옮긴 정 모씨(32)는 “지난해만 해도 코스닥 상장 등을 통한 대박의 꿈을 안고 대기업의 휴대폰 개발인력이 중소기업으로 이직하거나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면서 “최근에 상황이 악화되자 업무 환경이 좋고 연봉이 많은 대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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