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 게임산업처럼 급변한 산업도 드물 것이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국내에서 게임산업은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업종이었다. 게임에 대한 강한 소신이 없는 한 게임산업의 미래가치에 대해 확신을 가지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현재는 어떠한가. 2003년 기준 게임시장의 규모는 4조원에 이를 정도로 화려한 성장기를 보내고 있다. 이로인해 문화산업의 중심축으로 위치도 확고해졌다.
그러나 세계 게임업체들이 온라인게임시장을 언제나 한국업체의 독무대가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미국, 일본 등의 시장에서도 온라인게임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생각해보면 모든 산업은 내수시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 공략이 매우 어려워진다. 한국이 온라인게임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인구 대비 높은 비율의 PC와 초고속망의 보급으로 이루어진 내수시장이 존재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게임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일본에서의 내수 시장은 PC 패키지용 게임과 콘솔용 게임이 그동안 주류를 이루었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시장으로의 적극적인 진출을 조심스러워 했을 것이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바와 같이 미국, 일본 등도 든든한 온라인게임 내수시장을 갖게 된다면 이야기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미국과 일본의 많은 게임업체가 온라인 게임시장 진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부터 미국과 일본의 유명 온라인 게임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온라인 게임에도 글로벌 경쟁시대가 눈앞에 와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온라인게임에 대해선 최고라고 인정받으며 중국시장의 경우에는 시장점유율도 대략 80%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성공을 수성하며 발전시킬 수 있을까.
결국은 핵심 경쟁력이다. 30∼40년 그 이상 오래가는 게임 회사가 나오려면 성장에만 급급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게임회사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장기적인 핵심 경쟁력 부재’는 경계 대상 제1호인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의 시장진출, 해외판권의 무리한 인수, 기존업체들의 공격적인 사업 영역확대, 게임업체들의 과다한 경쟁 등은 기업의 외형적 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어 성장위주 경영만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게임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어디에 있을까. 중요한 한가지를 꼽으라면 게임 콘텐츠의 제작 능력에 있다. 대부분의 게임 개발 회사들은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가’라는 논제에만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그 논의를 더 넓혀야 한다. ‘어떻게 하면 계속해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포괄적인 논제를 가지고 분야별 핵심 경쟁력을 키워야만 경쟁력이 확보된다.
물론 단기적으로 쉽게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각 기업별로 보유하고 있는 인력과 기술현황 등의 여건에 맞는 단계 및 분야별 목표설정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꾸준하고 끈기있는 실행이 뒤따라야만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게임회사의 기획 및 제작 능력에 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인재 중심의 경영마인드와 더불어 회사의 비전과 개인의 비전의 일치점들을 찾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게임업체에 맞는 적합한 체계 및 기업 문화의 구축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창업한지 얼마 안 되는 신생업체들에게는 이러한 교훈들이 피부로 와 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3년 수명을 가진 기업의 수명을 30년 가게 할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 10년이 넘는 업력을 가진 게임회사들도 있지만, 앞으로 장기적 경쟁력 확보와 가치중심의 비전기업을 지향해 30년 업력을 가진 게임회사의 등장이 실현되길 바란다. 운좋게 한번의 성공을 이루기는 쉽지만 성공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새로운 성공을 만드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엔트리브 김준영 사장 logicat@ntree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