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맞춤이란 맞춤화(customization)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낮은 가격으로 대량생산(mass)하는 개념이다. 저비용이 최대 장점이던 70∼80년대의 대량생산 모델은 90년대 이후 오히려 기업들의 재고 비용을 급속히 증가시켜 버리는 한계를 가져왔다. 저마다 개성을 강조하는 소비 패턴이 부상하면서부터는 신상품 출시 주기도 짧아졌다.
대량맞춤 이론을 완성한 미국의 조셉 파인은 저서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에서 대량생산의 한계를 극복한 4가지의 대량맞춤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주문맞춤 모델. 예컨대 안경점의 경우 고객 얼굴을 디지털이미지를 통해 다양한 착용 모습을 제시해 고객으로 하여금 선택케 하는 것이다. 둘째는 내용보다는 외관을 중시하는 외관맞춤 모델. 티셔츠에 고객이 원하는 사진이나 문구 등을 넣는 식이다. 포장용기에 고객의 사진을 넣어 대박을 맞았던 땅콩장사 플랜터스가 그 원조다.
셋째는 고객 요구에 즉시 대응하는 실시간맞춤 모델. 침대회사 실렉트는 쿠션의 강도를 리모컨으로 조정할 수 있는 침대를 내놓아 빅히트했다. 넷째는 맞춤서비스 모델. 리츠칼튼 호텔은 투숙객이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기호를 파악해 두고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뒀다가 재방문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텔업계를 평정했다.
대량맞춤 모델은 이제 사업영역과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기업들이 활용해야 할 새 비즈니스 패러다임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과학기술의 발달과 소비패턴의 급격한 변화는 대량맞춤 모델을 더욱 진보시키고 다양화시킬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대량맞춤 모델은 제품 다양화와 생산비 증가 억제가 당면과제인 우리나라 기업들의 생존문제, 보다 구체적으로는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를 구해 낼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여기에는 능동적인 자세와 고객의 니즈에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주문후 생산’기반의 대량맞춤 모델을 도입한 델컴퓨터, ‘스피드’ 그 자체를 고객화 역량으로 내세운 삼성 등의 성공신화가 여기에 해당된다. 대량맞춤 모델은 이제 살아남는 기업들의 새로운 기업문화로 통하고 있다.
서현진 디지털문화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