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마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이 민간 분야에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통신사업자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KT 등 일부 사업자를 제외하면 장치산업의 속성상 타 제조업종에 비해서는 인건비 부담이 적었지만, 최근 통신시장이 가뜩이나 침체에 허덕이는 데다 날로 격화되는 시장경쟁으로 비용부담마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사업자들의 경우 정부 규제를 강하게 받는 탓에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성의를 보일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조만간 인력조정 문제가 골칫거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 5500명의 대규모 명예퇴직을 단행한 KT는 당장 오는 7월이 고비다. 명예퇴직 당시 KT는 퇴직자들에게 일정시한내 계약직으로 재고용을 약속한 바 있어 상당수 인력들이 재취업 의사를 밝힐 경우 또 다시 인건비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KT 관계자는 “현재 계약직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명예퇴직자들이 대거 몰려들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지금의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KT는 오는 7월께 명예퇴직자들의 계약직(1년단위) 취업신청을 받을 계획이며, 대부분 현장 영업인력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특히 실적악화에 허덕이는 후발 유선사업자들의 고민은 더욱 크다. 최근 사옥매각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한 데이콤은 현재 353명의 비정규직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은 아예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하나로통신도 지난해까지 콜센터 인력을 대부분 자회사로 분사, 현재 비정규직이 9%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획기적인 처우개선 방안은 검토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비교적 사정이 나은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이번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에 일부 보조를 맞출 움직임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이번 기회에 자사 영업조직 전면 재배치 차원에서 가시적인 비정규직 처우개선 계획을 검토중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적극 동참하는 동시에 기업 운영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식으로 인력계획을 수립중”이라며 “눈에 띄는 수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포함한 다각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KTF는 최근 자사 비정규직 인력 20여명을 정규직으로 이동 배치한 바 있으며, LG텔레콤도 비정규직 인력 근로조건 개선방안을 마련중이다. 한 후발사업자 관계자는 그러나 “전반적인 시장침체속에 가뜩이나 비용부담이 늘면서 통신사업자들 대부분이 예년과 달리 인건비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규제산업인 통신업종의 속성상 정부 정책을 아예 외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심각하다”고 고백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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