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은 현재까지 한국의 큰 ‘먹거리’ 산업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먹거리’ 산업을 이후에도 계속 유지 발전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반도체 산업으로의 발빠른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차세대 반도체 산업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현재까지 반도체 시장을 PC산업이 주도해 왔다면, 차세대 반도체 산업은 IT산업의 발달에 힘입어 휴대전화와 디지털TV와 같은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반도체의 기술 발전은 공정, 설계, 응용 등에서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특히 공정 기술의 발달은 ‘18개월마다 트랜지스터의 집적도는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현재는 0.05 마이크론, 즉 50 나노미터의 패턴을 반도체 실리콘 위에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공정의 발달에 따라 같은 공간 안에 집적되는 트랜지스터 숫자가 늘어, 다양한 기능을 하는 블록들을 한 칩 안에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를 잘 반영한 것이 시스템온칩(SoC:System-on-Chip)이다. SoC는 여러 개의 보드 또는 칩들로 구현되던 복잡한 시스템을 하나의 칩에 구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디스플레이, 디지털카메라, 무선통신 및 멀티미디어 등의 기술 집약을 위해 아주 작은 부품 안에 융·복합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 복잡 다양한 기능을 단기간에 제품화 하기위한 기술의 중심에는 SoC가 있다. 하지만 SoC기술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제3자가 설계한 반도체 설계를 물리적인 제품의 형태가 아닌 지적재산(IP:Intellectual Property) 형태의 거래를 통하여 타인이 개발한 설계재산을 재사용하는 설계 방법론은 SoC기술의 실현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즉 토목공사에서 미리 제작된 벽돌, 철근 등을 조합해 건물을 짓듯이 레고 놀이와 같이 단위 블록을 조립하여 특정 사물을 만들듯이 복잡한 SoC를 설계하는 방법은 IP를 통해 단순화되어야 한다.
특허청 지원으로 진행되는 ‘반도체설계 재산 보호 및 유통기반 조성사업’을 수행하는 ‘반도체설계자산연구센터(SIPAC)’에서는 이러한 SoC 산업의 기반 조성을 위해 반도체 설계에 의한 IP의 유통 활성화와 기반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IP 형태의 설계를 재사용하기 위해서는 각 기능 블록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이는 추가적인 설계에 대한 수정 없이 미리 설계된 IP를 매우 빠르고 용이하게 사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주 요소다. 또한 반도체 설계의 IP의 유통을 위한 온라인 거래의 장을 마련하고, 검증 및 평가를 통한 신뢰성을 확보하여 최적화된 유통모델을 이용한 IP 거래 인프라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SIPAC에서는 설계재산의 표준화, SoC 설계방법론 연구, IP 유통 시스템 개발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권의 국가, 특히 중국, 대만, 홍콩, 일본 등에서 반도체 IP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에 발맞춰 한국에서도 이러한 국가들과 함께 반도체 IP의 유통, 표준화,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많은 부분에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서구권 중심의 IT시장에 아시아 국가의 힘을 모아 대응하는 것에서 그 의의가 있다. SoC 기술을 통한 차세대 반도체 산업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의 반도체 설계재산의 보호와 유통을 위한 지원은 큰 의미가 있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가 그러했듯이 반도체 산업의 세대교체가 절실한 이때에 국가적 지원을 등에 업은 산업 촉진 정책은 21세기 경쟁사회에서 세계 우위를 획득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반도체설계자산연구센터 소장 hjyoo@ee.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