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인용하여 우리나라의 IT 제조업 경쟁력이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사실 IT 제조 부문에서 우리나라의 외면적 성과는 눈부시다. 정보기기 생산은 2002년 27.7%에 이어 경제가 크게 위축됐던 지난해도 16% 가까이 성장했으며, 올해도 20%를 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3년 OECD 자료에 따르면 IT 제조업이 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있어 우리나라는 11.2%(2000년 기준)로 OECD 회원국 중 1위로 나타났으며, 총 고용 가운데 IT 제조업 고용의 비중도 13.8%로 1위를 기록했다.
더욱 주목할 사실은 국가간 IT 제조업 경쟁력의 대표적인 비교 지표인 IT 제조업의 무역수지에서 7개에 불과한 흑자국 중 하나이며, 전체 수출에서 IT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2002년 기준)은 OECD 국가 중 제일 높다는 점이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21세기를 선도할 IT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서 있다는 것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IT 제조업 경쟁력이 세계 최고라는 사실이 우리의 IT 수준이 세계 최고임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IT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경쟁력, 그리고 IT를 잘 활용해서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있어서는 다른 국가들에 상당히 뒤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IT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부문의 생산 비중과 고용 비중(2000년 기준)을 보면 각각 3%와 1.9%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그룹에 위치한다. 기업들이 IT를 통해 투입된 자본과 노동의 효율성을 높이고 다른 기업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경쟁우위 요소를 만드는 측면에서도 크게 미흡하다. IT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의 수준과 IT 활용도의 상호 보완성을 고려할 때 이는 당연한 결과다. 기업의 IT 활용도가 높지 않고서는 IT 서비스나 소프트웨어의 수준이 높아질 수 없으며, IT 서비스나 소프트웨어가 발전하지 않으면 기업의 IT 이용이 활성화되기 어렵다.
경제규모 확대 및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우리 경제에 있어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의 투입증가율은 앞으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자본과 노동 투입에 크게 의존해 온 성장전략에서 총 요소생산성 향상에 의존하는 혁신주도형 성장전략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우리의 생산성 수준은 국제적 수준에 비추어 아직 개선해야 할 여지가 많다.
한국생산성본부가 내놓은 생산성 국제비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가가치 노동생산성 수준은 체코·그리스·헝가리·폴란드 등과 함께 OECD 국가 중 최하위 그룹에 속한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IT의 역할, 특히 IT의 적절한 활용을 통한 기업의 혁신과 이에 기반한 총 요소생산성 증대는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창조적 지식기반 국가 건설을 위한 정보화 비전을 세우고 이를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해 왔다. 통신 부문을 중심으로 한 과감한 IT 투자와 뛰어난 생산기술을 바탕으로 한 IT 제조 부문에서의 눈부신 성과에 힘입어 IMF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우뚝 섰다. 이제는 IT를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이를 생산성 향상에 연결시키는 데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IT 활용의 제1 주체인 기업이 정보화 투자 강화, 전자상거래 활성화, 전문인력 확보, 기업 조직 및 문화 변혁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정부도 IT 제조 부문의 육성 뿐 아니라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부문의 발전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의 IT 기반 구축 및 확산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IT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IT 활용이 미흡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교육 및 기술 지원, 법률적 규제 완화, 세제 및 금융 지원, 각종 관련 정보 제공, 네트워킹 구축 지원 등의 조치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 yhlee@lger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