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수백개가 넘는 반도체 설계전문(Fabless)회사가 우후죽순 들어섰지만 대부분 기술적 한계로 도태될 위기에 처했다고 실리콘스트래스지가 시장조사기관 자료를 인용해 최근 보도했다.
아이서플라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 반도체 생산기지로 떠오른 중국에서 활동하는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은 무려 400개가 넘는다.문제는 중국의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절반 이상이 직원 5명 이하이거나 월평균 매출이 1만달러에도 못미치는 사실상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라는 점이다.
아이서플라이의 바이런 우 애널리스트는 “중국 시장에서 400개의 반도체 설계전문회사가 살아남는 것은 한마디로 불가능하다”면서 “특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영세업체들은 정부와 민간 부문의 투자로 간신히 연명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그는 또 중국의 반도체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정교한 기술을 요구하는 반도체 설계부문에선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실제로 지난 연말 기준으로 중국에는 약 7000명의 반도체 설계인력이 있지만 이중 60% 이상이 현장경력 3년 미만으로 첨단 반도체제품을 설계할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또 반도체 경기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덩치가 작은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들은 오히려 파운드리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제품생산이 6개월까지 지연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중국의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들은 마이크로프로세서, DSP등 야심적인 하이테크 제품에 도전했다가 예상치 못한 기술적 문제에 부딪혀 속속 문을 닫고 있다.물론 예외적인 사례도 있다. 북경에 위치한 반도체 설계전문회사 빔크로는 휴대폰용 음원칩 분야에서 야마하를 앞서는 점유율을 자랑한다.
아이서플라이는 MP3P, USB메모리용 칩을 제조하는 주하이액션과 우시차이나리소스, 셋톱박스용 칩을 공급하는 하이얼 IC디자인 등이 반도체 설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국기업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 생사의 기로에서 헤매는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가 훨씬 많은 상황이다. 바이런 우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중국 반도체 설계업계가 살아날 길은 중국 내수가 아닌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뚫거나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의존하지 않을 정도의 독자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 뿐”이라고 전망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