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5조5000억원 규모의 국가연구개발(R&D) 예산을 종합 관리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같은 조치로 그동안 국가R&D 예산의 분산 집행에 따른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부처간의 중복 투자를 방지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람직하다. 또 과학기술부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켜 국과위 부위원장을 겸하게 함으로써 과기부가 국과위를 통해서 관련 산업정책을 종합·조정·기획·평가 조율할 수 있게 한 것도 국가 R&D사업을 지금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청와대 국정과제회의에서 지난주 확정한 ‘국가혁신체계 정립을 위한 과기부 개편(안)’은 기술경쟁력과 혁신이 경제 발전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시대적인 흐름에 발맞춰 과기부에 혁신주도형(innovation-driven)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구심적 역할을 맡기려는 정책 의지가 담겨져 있다고 본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내놓은 이번 개편안은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로 이제는 금리 환율·통화 같은 거시경제 수단으로 성장을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산업 전반의 효율성 향상을 통해 잠재력을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시급히 경제정책을 선회할 필요가 있음을 절감한 결과라고 하겠다. 더구나 IT부문이 수출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잣대가 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육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국가 R&D 예산의 지속적인 증액은 물론, 과학기술 관련 정책의 연계를 강화하고 예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R&D 효율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춘 것은 의미가 있다.
또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 소속으로 있는 출연연구소(과학기술계 연구회)를 국과위로 이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항공우주연구원 등 19개 국가 출연연구소를 실질적으로 과기부 산하에 둔 것은 과기부가 국가 연구사업을 일사분란하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차세대 성장동력사업만 하더라도 부처마다 추진할 품목을 선정해 자칫 중복투자 등 부작용이 우려됐던 것도 사실이다. 불필요한 예산의 낭비도 문제지만 국책사업의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조율 기능을 맡을 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번 개편안은 과기부의 기존 업무 틀을 크게 흔들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능과 역할을 타부서에 이관, 범부처적으로 공통 기반이 되는 대형 복합프로젝트나 기초 연구업무를 관장하게 함으로써 과기부가 국가 과학기술의 싱크탱크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집중력을 높이게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등 타 부처와 중복되는 집행기능을 산자부·정통부·복지부·교육부로 넘겨 불필요한 행정 마찰을 해소하려고 한 것도 그에 대한 고심의 방증이라 할 것이다.
올해 안에 정부조직법 등 관련 법률이 개정 되는대로 이번 계획안이 시행되겠지만, 아직도 시행 시기까지는 상당한 여유 시간이 있으므로 차제에 이번 개편안에 추가적으로 보완해야 할 문제점이 없는가 하는 점도 꼼꼼하게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 사전에 충분하게 검토한 법안이긴 하지만 막상 행정 실무에 적용할 경우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불거져 나올 개연성이 있고 이는 곧 행정의 낭비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