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북한에 교육용PC 보내자

작년 여름 중국 옌볜에서 IT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사랑의 책 나누기 운동본부’와 창춘에 있는 한인회에 책을 기증하는 행사를 가진 적이 있다. 행사 후에 한인회장이 “한국에 있는 중고PC를 북에서 교육용으로 대당 1000위안(15만원)에 구입하겠다고 하는데 구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받았지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가격도 가격이려니와 설령 물건을 확보하더라도 그것을 북한으로 보내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올해 연두교시에서 ‘과학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의 질적 수준 제고’를 강조했다고 한다. 북한은 기존 산업의 자동화와 신산업 육성을 위해 컴퓨터공학을 중심으로 인력 양성을 확대하고,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 등에서 학과 증설은 물론 교과과정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과학기술 교육을 통해 경제의 난제를 해결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북한은 국제적인 규제로 대형 컴퓨터의 반입이 막혀 있지만, 일부 연구소와 대학 등에서는 최신 워크스테이션과 PC를 활용하고 있다. 한 예로 평양정보센터에서도 펜티엄급 컴퓨터를 팔고 있지만, 가격이 1200달러에서 2200달러로 비싸 개인이 구입하기엔 힘들다. PC가격이 국민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구입하는 기관이 한정돼 있고, 북한 청소년 학교도 마찬가지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버려지는 PC는 300만대나 된다. 작년 12월 학교에서 나온 중고 PC만 해도 30만대나 됐다. 일부는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 수리해 국내외로 보내져 정보화 격차 해소에 활용되고 있다. 대부분 펜티엄 기종이기 때문에 아직은 사용 가능한 것인데도 해체해 재활용하기도 하고, 일부는 웃돈을 주고 처분하고 있다. 우리와 관계도 없는 후진국가에도 보내고 있는데, 이제는 같은 민족인 북한에 교육용 PC를 보내도 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북한에 교육용 PC를 보내는 데엔 걸림돌이 많다. 특히 남북 IT교류·협력에 있어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이 바세나르협약에 의한 컴퓨터의 대북 반출 제한이다. 이 협약은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각 나라가 탄력적으로 적용하게 돼 있다. 2002년 7월 26일 현재의 규정을 보면 컴퓨터의 혼합 이론 성능(CTP:Composite Theoretical Performance)이 28000Mtops(Millions of theoretical operations per second)가 넘는 컴퓨터는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CTP만 본다면 펜티엄4급(3733 ∼ 6933Mtops)도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등 다른 규정에 저촉되면 규제를 받게 된다. 문제는 규정의 적용에 있어서 남북 경협이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 공약수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PC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는 남아도는 컴퓨터책도 수없이 많다.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일은 IT관련 전문서적을 보내는 일이다. 북한의 IT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우리 글로 쓴 IT기술 서적이 필요하다. IT서적은 정치색이 없으므로 반입에 큰 장애는 없을 것이다. 또한 컴퓨터와 책을 보내면 가르칠 사람을 보내야 한다. 방학을 이용해 교수와 학생으로 구성된 ‘우리민족 IT교육 봉사단’을 구성, 북한의 학교에 보내서 교육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북한에의 IT교육 지원은 남북 교류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통신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우선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출 수 있도록 해주자. 남북이 신뢰를 회복하고 정보사회 조기정착과 통합을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을 통한 IT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서라도 북한에 IT교육 봉사단을 보낼 때 기본 컴퓨터교재와 교육용 PC를 함께 보냈으면 한다.

◆최성 남서울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sstar@n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