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80년대 유행했던 추억의 비디오게임이 최근 새롭게 인기를 끌면서 세계 게임시장에 복고풍 트랜드가 밀려들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24일 보도했다.
최근 미국완구시장에서는 팩맨, 퐁, 스페이스 인베이더 등 한 때 오락실을 주름잡던 구형게임들이 재발매돼 새로운 니치마켓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구형 비디오게임은 요즘 첨단 게임제품이 제공하는 영화 같은 3D그래픽이나 현실적인 고난이도와는 애당초 거리가 멀다. 큼직한 조이스틱에 버튼 한 두개면 게임환경을 조작할 수 있다. 값도 저렴해서 10개짜리 게임팩을 내장한 구형 게임콘솔의 판매가는 대당 20∼30달러. 1000달러를 훌쩍 넘기는 최신 게임기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하지만 지난해 성탄절 연휴, 아타리의 히트작을 내장한 구형 게임콘솔이 미국 전역에서 100만대가 넘게 팔린 이후 클래식 게임기는 완구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이달초 미국 LA에서 열린 게임전시회 ‘E3 2004’에도 왕년의 히트게임을 리바이벌한 게임기기들이 대거 선보여 게임시장의 복구풍 인기를 실감케 했다.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올해 미국의 구형 게임수요는 연간 3억달러. 총 100억달러가 넘는 전체 게임시장에 비하면 아직 비중은 낮지만 향후 클래식게임이 독자적인 시장영역을 구척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사람들이 단조롭기 짝이 없는 구형 게임기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폭력적인 요즘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편안함과 향수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30∼40대 고객들은 구형 게임기를 사용하면서 어릴 적 추억을 되새긴다. 또 10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X박스나 PS2 게임보다 사용법이 쉬운 클래식 게임의 매력에 푹 빠지고 있다.
한 프로게이머는 “개인적으로 최신 게임을 선호하지만 5살짜리 자녀와 함께 놀기에는 70년대 비디오 탁구게임 ‘퐁’이 더 적합하다.”고 지적했다.또 지난 90년대 이후 턱없이 저렴해진 게임기용 칩과 구형게임을 수십개씩 저장해도 남아도는 메모리용량은 게임시장에서 클래식 게임기기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하는 상황이다.이에 따라 소니와 MS 등 대기업이 지배해온 세계 게임시장의 틈새를 비집고 클래식 게임기기를 생산하는 중소 완구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완구회사 잭스 패시픽의 스티븐 버만 사장은 “아타리와 남코, 액티비전이 개발했던 왕년의 히트작을 라이센싱하는데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구형 게임에 대한 시장수요는 아직 개척할 여지가 엄청나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