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구글의 27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기업공개(IPO) 계획이 인터넷 산업의 활성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SWJ)은 24일 ‘구글이 인터넷 분야의 구세주가 아니다’라는 기사를 통해 많은 투자자들이 구글의 IPO 계획 덕분에 인터넷 산업이 지난 90년대 말처럼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예상보다 업계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우존스 인터넷 지수가 2000년 3월 20일 기록한 최고치에서 여전히 86% 하락해 있는 상태에서 잇달은 대형 인터넷 업체들의 수익성 호전 발표에 이은 구글의 IPO 계획은 인터넷 산업의 부활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왔다.
그러나 구글의 계획이 알려진 지난달 이후 e베이,아마존,아리바, 주니퍼 네트웍스 등과 대부분 기타 인터넷 관련업체들의 주가가 떨어졌다. 다우존스 인터넷 지수는 한달간 9% 하락,나스닥 종합 기술주가 지수(7% 하락)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5% 하락)보다 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런 주가 하락은 곧 바로 IPO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초 IPO계획을 발표한 업체 가운데 인터넷 보석 판매업체인 블루나일이 최근 상장했지만 다른 인터넷 회사들은 기업 공개 계획을 연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실제 인터넷 도서 판매업체인 알리브리스(Alibris)는 최근 IPO가 당초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을 우려해 IPO계획을 철회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투자자들이 구글 IPO와 같은 단기적인 이벤트에 의존해 투자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수익성과 대차대조표에 기반을 둬 투자하려는 경향이 농후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벤처 전문 투자회사인 AH리산티캐피탈그로우스의 설립자인 매리 리산티는 “고객들은 우선 인터넷 회사를 비즈니스 자체로 인식해 접근해야하며 단지 인터넷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두번째 고려 사항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구글의 IPO계획이 궁극적으로 인터넷 산업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산업에도 다양한 사업모델이 있고 수익성이 풍부하다는 인식을 보여줘 투자자들이 인터넷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첨단 벤처기업들이 IPO에 대한 불확실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IPO 대신에 인수합병(M&A)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3월에 IPO를 추진하려던 스팸 및 바이러스 방지업체인 브라이트메일이 IPO대신 시만텍과의 인수합병을 선택한 것이 좋은 예이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