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서비스를 대표하는 카페·지식검색·미니홈피 등 각종 온라인 서비스가 이른바 인터넷 ‘보따리상’들의 활동 무대가 되고 있다. 이들은 대개 포털 회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지만 카페나 지식검색사이트를 자신만의 ‘매장’으로 활용해 물건을 파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잘만 고르면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사기 거래도 많고 피해를 입어도 보상 받을 길이 막막해 주의가 요구된다.
◇악용사례=인터넷 ‘보따리상’들의 집중 공략 대상은 카페와 지식검색 서비스. 이가운데 카페는 특정 관심사를 중심으로 다수의 네티즌이 모여 있다는 점 때문에 기업들의 마케팅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신상품이 출시되면 시장 조사 차원에서 특정 카페 회원들과 제품 테스트를 진행하거나 일정 수 이상의 카페 회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신상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보따리상’들의 공략법은 다르다. 어떤 사이트이던 간에 광고성 글을 스팸처럼 퍼붓는다. 게시판에 올라온 상품 ‘홍보’, ‘광고’ 글이 이에 해당한다. 서비스가 회원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광고가 게재될 수 있는 것은 특정 프로그램 때문이다. 각종 게시판에 광고글을 자동으로 등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 한 업자는 “카페의 경우 노출 효과가 크기 때문에 홍보나 광고 효과가 뛰어나다”며 “보름만에 50만원 상당의 프로그램을 12개나 팔았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포털의 대표 서비스로 부상한 지식검색 사이트도 ‘상품 홍보 검색’ 장소로 전락한지 오래다. 포털업계 한 관계자는 “지식 검색 서비스에 광고성 답변 횟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며 “아직까지 법적 대응은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적절한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지식 검색 서비스 자체가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불법 점포’로 악용돼=중국 무역업에 종사한다는 한 네티즌이 운영하는 A카페는 마치 쇼핑몰과 같다. 자료실에 시계, 운동화, 의류 등의 이미지와 가격이 전시돼 있으며 회원들은 이를 보고 운영자에게 구매 신청을 하면 물건이 배달된다. 또 원하는 상품을 운영자에게 의뢰하면 구해 주기도 한다. 거래가 제대로 성사됐는 지 물건을 잘 받았다는 후기도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한 네티즌은 지난 15일 게시판에 “신청한 라이터 택배로 잘 받았다”며 “전에 의뢰한 시계도 부탁한다”는 글을 남겼다. 포털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쇼핑몰 수준의 카페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으며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실태 파악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페나 지식서비스를 이용한 거래는 불법이 많아 회원들 입장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해외에서 제조된 가짜 명품 거래나 대금만 가로채는 사례도 빈번하다. A카페에는 이른바 ‘이미(이미테이션)’도 판매가 되고 있었으며 지난 19일에는 유명 브랜드의 상표를 부착해 진품으로 속여 팔다 경찰에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한명호 팀장은 “세관 절차를 거치지 않은 밀수 품이 카페 등에서 음성적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며 “이는 관련법 위반뿐만 아니라 불량 제품 구입시에는 환불을 받거나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없어 소비자들이 불법 거래를 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