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신·방송 협력 순항할까

북한내 경제특구로 지정된 개성공단 개발사업이 9월 시범단지 입주를 앞두고 본궤도에 오르면서 남북한 통신·방송 협력에 다시 관심이 집중됐다. IT 불모지나 다름없는 북한에 유·무선 통신망을 깔고 디지털방송 기술을 제공해 동북아 IT허브로 함께 발전하겠다는 정부의 밑그림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그간의 남북 통신·방송 협력사업은 경수로 건설과 금강산 관광사업 추진시 음성통화를 지원하는 통신시스템 구축이나 현지 중계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개성공단 개발 등 최근 추진중인 일련의 남북 경협 사업은 사업 규모도 큰데다 민간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통신 인프라를 중시한다.

 KT와 KTF, 온세통신 등은 개성공단 100만평 부지의 시범단지에 통신설비를 설치하는 사업권 확보를 눈앞에 뒀으며 IT렌탈산업협회를 주축으로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 사업자들도 개성공단 조성사업에 눈을 돌렸다.

 남북 통신방송 협력은 늘 예측불가능한 변수가 도사린데다 이 분야 개방에 소극적인 북한측의 태도로 인해 어려움이 많다.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의 남북 광케이블 연결 시도가 좌절된 것이나 2002년 CDMA 이동전화망 구축 논의가 중도하차한 게 대표적이다. 대부분 통신방송사업 외적인 요소로 협의가 중단됐다. 이러한 걸림돌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관건인 셈이다.

 ◇개성공단 통신망 구축 사업 잰걸음=KT·KTF·온세통신 등은 지난해 컨소시엄을 결정, 개성공단에 유무선 통신설비를 구축해 서비스하기 위해 꾸준히 준비해왔다. 지난해 양측 정부가 개성공단 조성 사업을 상업적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합의를 보면서 KT를 주축으로 최근까지 2∼3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제공 서비스는 시내, 시외, 국제전화,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등이며 유선회선을 먼저 설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비무장지대(DMZ)를 통과해 광케이블로 남북 통신망을 연결도 추진된다. 군사분계선까지 광케이블을 연결하는 관로작업이 마무리 됐으며 추후 연결방법과 사업조건을 놓고 막바지 협의중이다. KT 관계자는 “여러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해왔으며 상당히 진척했으나 최종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사업 특성상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방송 협력도 빨라져=방송위원회는 오는 10월 북한 금강산에서 남북 방송인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북한 조선중앙방송위원회와 남북 방송교류·협력 사업 추진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방송위는 지난 17일부터 4일간 북한 금강산을 방문, 북측 조선중앙방송위 실무 대표단과 △10월 금강산에서 남북 방송인 토론회 개최 △남북 방송인 토론회 기간중 방송영상물 소개모임 진행 △북측에 남북공동사용을 위한 방송중계 설비 설치 등에 합의했다.

 방송위는 앞으로 남북 방송인 토론회 및 방송영상물 소개모임을 정례화하고 방송자료집 남북 공동발간, 공동제작 프로그램 지원, 남북 방송기술 교류 확대 등 단기적으로 지속적인 남북 방송교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 중장기적으로 남북 방송교류의 안정적 활성화를 위한 ‘방송협력에 관한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통신방송협력 아직은 먼 길=남북 경협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은 통신방송 연결을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로 여기나 북한측은 우선 순위를 뒤로 두고 있다. 통신방송의 개방이 개방 특구와 같은 단순한 지역 개방을 뛰어넘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8월 판문점에 전화 300회선, TV 1회선, 문서·음성·영상 등 데이터 통신 5회선 이상을 사용하는 광통신망을 가설했지만 남측 평화의 집과 북측 개성전화국 사이의 광단국 장비 설치에 북측이 호응하지 않아 연결되지 못했다.

 통신사업자들의 투자 어려움도 여기에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02년 6월 남북간에 기본합의된 ‘평양·남포 일원에서의 CDMA 및 국제전화 관문국 고도화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지자 전담부서인 동북아협력팀을 해체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북사업은 사업자가 주도적 나서기 어렵고 통신사업 특성상 정부가 앞단에서 큰 결정을 내려주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면서 “참여가능한 사업이 생긴다면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