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권한과 책임의 양면

이동통신시장의 경쟁구도에 새로운 획을 그을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 심결이 오늘 열린다.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과 합병을 인가받은 이후 지켜야 할 조건을 위반했는지를 결론짓는 날이다. 수개월을 끌면서 결정을 미뤄왔던 정책심의위원들의 고심이 어떤 그릇에 담겨져 나올지, 이통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기다리는 이해당사자와 이통3사의 긴장도는 극에 달했다. 사업자뿐만 아니라 대리점들까지 이를 지켜보는 주위의 시선도 예사롭지 않다. 정책심의위가 내려야 할 판단의 비중이 그만큼 큰 것이라는 방증이다.

 그러나 결정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통신시장의 주요 정책을 심의하고 결정하고 정책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심의위는 이번에 어떠한 형태이든 결론을 내야한다는 점이다. 지난 몇달간 심의위 결정이 미뤄지면서 심의위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정책위가 정통부의 정책결정 절차상 필요한 들러리라는 ‘막말’도 나왔다. 어떤 심결도 할 수 없고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무용론’까지 심심치않게 들려왔다.

 이제는 소신있게 자신들의 의견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정통부와 심의위원들 모두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동안은 정통부가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면 심의위는 말그대로 ‘심의’만 했는데 이번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통부는 상황이 복잡해지자 심결의 주도권은 심의위에 있다고 바통을 떠넘겼다. 이 때문에 심의위원들 사이에서도 정통부가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코너에 몬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사실 이번 심결은 정책심의위 탄생 이후 최대의 안건이다. 지난 2002년 인가를 허락한 뒤 대과없이 지내왔다면 이번에는 결론을 내야할 차례다. 정통부도 마찬가지다. 정통부 일각에선 “과거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결과를 지금 어떻게 되돌릴 수 있느냐”는 얘기도 나오지만 이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처럼 비쳐질 수도 있다.

 권한의 범위는 책임의 그것과 비례한다. 그동안 시간을 끌어온 게 책임지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욱 명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어떤 결론을 내리든, 책임지는 자세라면 사업자들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