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도 알아준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란 말 그대로 교육 때문에 주거이동을 하고, 자녀와 헤어져 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게 우리나라 부모들이다. 지금 강남의 부동산 값이 올라가는 것이나 기러기아빠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우리의 교육열이 빚어낸 대표적 현상이다. 자녀 병역 문제 해결 대안으로 많아지고 있다는 원정출산도 따지고 보면 교육열이 더 깊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 강남 엄마들의 교육열은 전국 어느 곳보다 높다. 국제적으로 따지더라도 지구촌 어느 지역보다도 앞설 것이다. 오죽하면 ‘강남 알면 부(富)와 자녀교육법 보인다’는 서적 광고 카피까지 등장할까. ‘사교육 1번지’답게 강남은 고액 과외가 성행하고 있다. 학원 수가 많아 다른 지역 같으면 경쟁이 붙어 수강료가 싸겠지만 이곳은 반대로 고액이다. 그런데도 자녀들을 이런 학원에 보내지 못해 안달하는 게 강남의 부모들이다. ‘엄마 점수가 곧 수능점수’라는 학원의 부추김도 있지만 혹시 자신이 챙기지 못해 자녀들이 실패할까봐 항상 노심초사한다.
강남에 살려면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 천정부지로 올라간 집 값과 주변 생활여건 때문이다. 그만큼 강남 부모들은 대부분 경제력을 갖췄다고 봐도 된다. 또 남들이 부러워하는 괜찮은 대학도 나왔고 외국생활 경험자도 많다. 그런데도 자녀들의 학원비를 벌기 위해 노래방 도우미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니 이곳 교육열이 얼마나 높은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높은 교육열 때문인지는 몰라도 교육과 관련된 새로운 시도는 거의 강남에서 이뤄지고 있다. 새로 시도하는 것은 강남에서 검증 과정을 거쳐야만 전국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강남을 ‘신교육 테스트베드’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이런 강남이 6월부터 인터넷 과외방송을 한다는 것이다. 교육방송(EBS)이 지난 3월부터 이미 인터넷과 위성TV로 대학수능 강의를 하고 있고 은평구가 중·고생을 대상으로 국·영·수 중심의 인터넷 과외방송을 하고 있는 만큼 별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강남구에서는 틈새를 파고들어 고3 수험생이 실질적으로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요점 강의 중심의 방송을 한다는 것이다. 강남이 가진 교육 관련 자원과 교육열을 바탕으로 ‘대학입시에서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방송을 하겠다는 것이어서 파급력이 클 것임을 예고해준다.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초고속인터넷 강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 가운데 하나가 국민의 정부시절 ADSL 보급 정책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정책의 기본 취지가 서울 강남의 학생과 전남 목포의 학생이 강사나 수강환경 등 같은 조건으로 과외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사교육 부문에서 만큼은 도시와 지방간 격차를 해소하자는 게 IT강국을 만든 배경이 된 것이다. EBS 인터넷 수능 강의도 사교육비 경감 차원을 넘어 교육정보의 평등한 공유를 통한 도농간 사교육 격차를 줄이겠다는 뜻도 강하다.
하지만 전국적 순위에 민감하고 ‘같은 조건에서 남들보다 하나 더 공부하기’라는 경쟁심리를 갖고 있는 우리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감안하면 수능 강의는 그것대로 시청하되 또 다른 자구책을 강구할 개연성이 여전히 높다. 그래서 내달 시작되는 강남의 인터넷 과외방송이 관심을 끈다. 또 다른 형태의 사교육을 잉태할지, e러닝 붐을 일으킬지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wc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