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화(VoIP) 특수를 잡아라.”
정부가 오는 9월께 인터넷전화를 전기통신사업법상 기간통신 역무로 지정하고 착신전화번호도 부여할 예정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인터넷전화는 국제전화에 이어 시내전화사업도 가능해져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그동안 침체의 늪에서 허덕여온 통신업계는 벌써부터 인터넷전화 활성화에 따른 수혜를 자기몫으로 돌리기 위해 앞다퉈 나서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화가 차세대네트워크(NGN) 구축과 연계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소프트스위치·트렁크게이트웨이·애플리케이션서버 등 NGN 관련 장비의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활성화 “기폭제”=정보통신부는 지난 19일 인터넷전화에 착신전화번호(0N0)를 부여해 전기통신사업법상 기간통신 역무 로 지정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인터넷전화서비스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오는 6월까지 인터넷전화역무고시를 제정해 인터넷전화를 기간통신 역무로 지정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신설키로 했다. 또 번호이동성 적용, 119·112 등 긴급통신용 전화 무료제공 등의 의무 이행을 전제로 인터넷전화에 시내전화번호도 부여키로 했다.
◇통신사업자 사업 준비 박차=국내 통신업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브로드밴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 인터넷전화사업은 기존 유선사업의 수익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에 인터넷전화사업에 소극적이었다. 정부의 인터넷 전화에 대한 제도 정비의 미비도 한 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기존에 발신만 할 수 있었던 인터넷 전화에 착신 번호가 부여될 예정임에 따라 통신사업자들의 참여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대대적인 인터넷전화 마케팅과 시설투자가 진행되고 있거나 준비중이다.
현재 7만명 규모의 케이블TV망 가입자들을 상대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하고 있는 하나로통신의 경우 0N0 착신번호 부여 시점을 기점으로 기존 DSL망 가입자들한테까지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DSL용 모뎀을 준비중이다. 특히, 인터넷접속, 케이블TV, 시내외·국제·인터넷전화 서비스의 번들화를 통해 현재 4%대에 머물러 있는 시내전화 점유율을 6%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데이콤도 시범서비스에 들어갔으며 KT 역시 그동안 소극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대대적인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인터넷전화시장의 50% 가량을 점하고 있는 삼성네트웍스도 가입자 대상의 인터넷전화서비스 사업 진출을 고려중이다.
◇NGN 장비 투자 잇따를 듯=인터넷전화는 IP인프라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곧바로 NGN으로 이어진다. 방송·통신의 번들 상품은 물론 번호 하나로 전화·팩스·홈페이지·전자우편 등을 아우르는 차세대 통합식별체계 서비스 ‘이넘(ENUM)’의 출발이 인터넷전화이기 때문이다. 번들상품과 이넘 서비스는 NGN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장비업체들이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통신사업자들의 NGN 투자 활성화를 기대하는 대목이다. 이미 NGN 코어장비인 소프트스위치·트렁크게이트웨이·시그널링게이트웨이·애플리케이션서버·미디어서버·PRI게이트웨이 등의 투자는 시작됐으며,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아날로그 방식의 기존 전화기 컨버전스에 사용되는 IAD(인티그레이티드 액세스 디바이스) 수요 또한 급증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노텔네트웍스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360억원에 불과하던 인터넷전화 시장이 착신번호 부여로 연평균 109%씩 성장, 오는 2007년께 가입자 319만6585명, 매출액 8592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라며 “인터넷전화가 향후 네트워크 산업을 이끄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