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건전한 사이버 환경을

17대 국회 개원이 눈 앞에 다가왔다. 지난 선거에서 인터넷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대단했다. 대규모 유세와 합동연설이 선거법 개정으로 사라지면서 후보자와 유권자가 효과적으로 만날 수 있는 인터넷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각 당에서는 인터넷 관련 각종 정책과 운영방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았고 홈페이지를 통한 표심 잡기에 전력을 기울였다. 후보자들 역시 인터넷을 통한 선거 운동에 열을 올렸는데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선자 중 99.2%가 홈페이지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관련 홈페이지에 후보자들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올려놓았고 네티즌으로 하여금 사이버 선거운동원으로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선거운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처럼 인터넷 선거운동은 비용 부담이 적고 후보자의 각종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며 원활하고 빠르게 상호피드백이 이뤄지는 등 건전한 선거문화의 조성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은 문제점들도 많이 드러났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을 통한 근거 없는 비방과 욕설, 정보의 날조와 허위 정보의 유통이다. 선거기간 관련 사이트에는 이 같은 정보들이 난무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앙선관위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온라인을 통한 불법 선거운동은 278건으로 지난 16대 총선의 25건에 비해 11배 이상 증가했으며 법위반에 해당되지만 정식으로 조치하지 않고 삭제를 요구한 경우도 1만2044건에 이르렀다.

 비단 이러한 선거 관련 폐해들 외에도 우리 인터넷 환경은 인권침해, 음란·폭력정보, 자살사이트, 폭발물제조사이트 등 각종 심각한 역기능들이 넘쳐나고 있어 네티즌이 시시각각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러한 인터넷의 역기능을 해결하고 건강한 인터넷 이용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정부, 언론,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언론사를 위시한 각종 단체들의 클린 캠페인 활동이 활발히 이뤄졌고 학부모단체, 여성단체 등에서는 청소년의 정서적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렇듯 각 기관과 단체들이 분야마다 각자의 위치에서 인터넷 문화의 건전화를 위한 최선의 대책을 강구하는 중이다. 하지만 건강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더 큰 관심과 실질적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따라서 국민의 대표로서 그 영향력이 막중한 국회의원들이 인터넷 환경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획기적으로 경주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당장 해결해야 할 많은 사안들이 산적해 있겠지만 정보사회에서 직면하는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 것 또한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특히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교육, 문화, 정치, 사회 등 각 분야에서의 신종 역기능에 대한 법안들을 조속히 마련해 주길 바란다. 또한 범국민적 차원에서의 정보윤리 교육에 대한 제도적 장치와 예산 투자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이 시대의 공통과제인 개인 및 사회의 도덕성 회복을 위해 우리의 선량인 국회의원들이 적극 나서줘야 한다. 지역 주민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의원들이 평소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서도 인터넷 건전화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다면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시민윤리가 더욱 활발하게 살아날 것이다.

 한편 가치관 정립이 미진한 청소년들이 인터넷 문화를 주도해 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역기능에도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므로 국회 차원에서 심도 있는 연구와 정책개발에 대한 노력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국회내 ‘청소년문화와 사이버윤리위원회’와 같은 조직의 신설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 기대에 따른 바른 정치 실현과 건전한 사이버 세상 조성을 위한 17대 국회의원들의 건투를 기대해본다.

◆정도병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사무총장 jeongdo@ice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