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수능방송 개시 하루 전인 지난 3월 31일 안병영,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EBS 방송 및 인터넷 강의가 단순히 과외비를 줄이자는 목적 외에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21세기형 인재 육성으로 우리 교육이 전환한다는 데 의미를 갖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정부가 앞장서 누구나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테니 국민은 이를 이용해 학습하고 나아가 자기 개발에 활용해 달라는 기대가 포함된 말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최근 행보를 보면 과연 e러닝을 21세기형 인재 육성에 활용하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창의적인 학습을 유도해야 할 교육부가 오히려 주입식 교육을 강요하는 모습이다. 교육부는 지난 26일 EBS강의에서 올 수능 시험을 출제하는 방안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학생들에게 EBS 수능 강의만을 시청하라는 선고인 셈이다. 실제로 교육부 홈페이지에는 벌써부터 “그 많은 EBS 강의를 다 들으라는 것이냐”는 의견과 “보조 수단이어야 할 EBS 수능강의가 학교 교육보다 우선시 되는 주객전도가 일어날 게 뻔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EBS 교재와 수능 시험을 연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다시 ‘수능문제 출제’를 언급했으니 이제는 ‘EBS 수능방송이 곧 수능시험’처럼 인식될 지경에 이른 것이다.
교육부의 이번 발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또 있다. EBS 수능 방송 강사진 중 절반 가량이 학원 출신 강사들로 구성돼 있는데, 그렇다면 이들의 강의와 교재를 참고해 수능 시험을 출제한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교육부가 e러닝을 도입한 것은 어디까지나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 즉 보조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e러닝을 통해 학생과 교사가 의사소통할 시간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학교 현장에서는 인성 교육과 지식 교육이 제자리를 찾길 희망하고 있다.” 교육부의 e러닝 추진 부서 핵심 관계자가 최근 한 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교육부는 이처럼 희망하면서도 정작 학생들에게 왜 계속 EBS 수능 방송을 더 큰 부담으로 떠안기는지 이해할 수 없다.
<디지털문화부=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