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변화를 외면한 각급 중고등학교 컴퓨터 관련 교과서 내용은 지금 우리의 IT교육 수준이 어떤 상태인지 보여주는 일이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가상교육이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고 이제는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오는 2학기에 인터넷에서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교과나 진로 등을 담당하는 사이버 학급까지 도입키로 한 마당에 컴퓨터 교과서 내용은 한물 간 구식이라니 예삿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다. 전국에 초고속망이 구축돼 있다. 그래서 IT강국이라고 자부하고 있는데 정작 컴퓨터 교과서 내용은 이미 한물 간 구식기술을 담고 있다니 한심한 일이다. 교육에 관한 일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열의와 관심이 대단하다고 자부하는 우리가 아닌가. 이공계 살리기, 신성장 동력육성 등 모든 산업에 IT가 근간이 돼야 하는데 그 기본을 가르치는 컴퓨터 교과서 내용이 구식이어서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라면 그동안 교육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본지가 국내에 발행된 15종의 컴퓨터 관련 교과서(중학 7종, 고교 8종)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리의 IT교육수준은 IT강국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교과서 대부분이 발행된 지 2년이 넘었고 3년이 넘은 경우도 있었다. 당연히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컴퓨터 기술이나 사용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이미 단종된 소프트웨어가 교과과정에 버젓이 포함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PC통신에 대한 내용도 들어 있다니 교과서가 일선 학교에서 외면당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반면에 요즘 널리 사용되는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에 대한 설명은 15종 중 단 2종에만 실려 있고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한 해킹이나 바이러스, 불법복제, 개인정보 유출 등 정보화 역기능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이 교과서에 나온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려고 해도 시중에 제품이 없고 시험준비를 위해서는 불법복제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정품 사용의식을 심어줘야 할 학교교육이 그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게 만드는 셈이다.
이런 교과서 내용으로는 미래의 주역들인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기술시대를 주도해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을 세계 IT리더로 육성하려면 서둘러 컴퓨터 관련 교과서에 대한 개정작업을 해야 한다. 학교 교육이 특성화·다양화하는 추세인데 컴퓨터 관련 교과서만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기술변화를 교과서에 적극 반영하고 주기적으로 보완 또는 개정작업을 해야 한다. 지금 공급되는 컴퓨터 관련 교과서에 대한 개정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비용만 낭비할 뿐이다. 컴퓨터 교과서 한 권이 약 2000원이라면 전국 중고등학생을 300만명으로 잡았을 경우 자그마치 6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는 셈이라고 한다.
문제가 있으면 최대한 빨리 이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컴퓨터 교과서 개정작업도 마찬가지다. 컴퓨터를 비롯한 하드웨어도 구입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다. 하물며 미래 동량인 학생들이 배우는 컴퓨터 교과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시의적절한 컴퓨터 교육만이 IT 한국의 미래를 밝게 만들 수 있다.
교육부는 교육현장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시대변화를 반영하는 내용으로 컴퓨터 교과서의 내용을 빨리 개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