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HDD)업계가 지속적인 수요확대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가격경쟁 때문에 구조적인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고 C넷이 보도했다.
C넷은 투자회사 CSFB의 보고서를 인용해 HDD시장이 무리한 가격경쟁으로 수익성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으며 특히 서버나 스토리지 제품에 들어가는 기업용 드라이브의 경우 출혈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CSFB는 이 같은 어두운 시장 전망에 따라 시게이트테크놀로지와 맥스터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 HDD분야 1, 2위업체가 투자회사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배경은 시장에서 제품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세를 막아낼 묘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HDD업계가 시장수요에 비해서 너무 많이 제품을 생산하는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올해 2분기 메이저 HDD업체 상당수가 적자를 기록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맥스터의 폴 투파노 사장은 “데스크톱용 드라이브의 과잉출하와 기업용 드라이브부문의 가격경쟁 때문에 요즘 시장상황이 매우 힘들다”고 시인했다. 맥스터는 지난 1분기 순익이 92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가량 줄었으며 매출도 1억달러 정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시게이트도 같은 기간 실적보고에서 월가의 전망치에 크게 못미치는 분기별 순익을 제시해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시게이트는 노트북용 드라이브 매출이 예상 만큼 좋지 않다고 변명했으나 업계 주변에선 HDD산업의 수익성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이서플라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세계 HDD시장의 출하규모는 2억7800만대로 작년대비 9.3%의 안정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또 DVR, 셋톱박스, MP3P 등 가전기기용 드라이브 수요가 계속 확대되고 있어 시장환경은 어느 때보다 좋은 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HDD업계의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는 것은 소비자들이 굳이 더 용량이 크고 빠른 신형 드라이브를 구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애널리스트는 “요즘 쏟아지는 드라이브 제품의 성능은 실제 시장에서 요구하는 스펙을 훨씬 초과하고 있어 신제품 출시시기가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면서 HDD업계는 가격하락과 수익성 악화라는 구조적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