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5일은 남북한 정상이 평양에서 만나 ‘6·15 남북 공동성명’을 발표한 지 4주년이 되는 날이다. 남북한 정상 회담을 전후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경제·무역 교류협력과 관계개선을 위해 세 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다. 2001년 1월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에는 “천지가 개벽했다” 는 놀라움과 함께 인터넷 기술과 IT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고, 올 4월에는 북·중 IT 기업 간 기술협력과 인력교류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도 했다고 한다.
세계 경제의 중심 축이 동북아 지역, 특히 중국으로 옮겨지고 있다. 중국 IT산업은 매년 10% 이상 고속 성장하고 있다. 급변하는 중국 IT시장의 환경에 적응하고, 우리 IT기업들이 중국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남북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IT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한의 통신 인프라와 북한의 인적자원을 접목해서 금융·통신·물류 등의 분야에 걸친 전방위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IT 인프라는 선진국에서도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세계 정상 수준에 와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IT 강국인 남한에 비해 북한의 인터넷 환경은 기대 이하다. 평양에도 PC방이 개설됐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지만, 이용료가 너무 비싸 일부 집권층과 특수계층을 제외하고는 이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북한은 김책대학을 필두로 IT분야 연구개발(R&D)과 고급 인력 양성을 서둘러 이미 어떤 분야에서는 상당한 성과도 도출하고 있다고 한다. 기술개발 잠재력이 풍부한 북한의 인적자원과 남한의 첨단 기술력을 잘만 이용한다면 남북한 모두에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 양측의 강점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면 국가 경쟁력의 강화는 물론이고 우리 민족의 숙원인 남북통일의 노둣돌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은 IT 서비스 정보전에서 누가 핵심기술을 먼저 확보해 IT 서비스를 상용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국내외 신기술 정보를 수집해 경쟁사보다 한 걸음 앞서 IT 플랫폼을 개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통합(SI) 조직체계와 IT 전문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 2월 출범한 참여정부가 국정 지표로 내건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위해 미래지향적이고 다각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리 혼자보다 북한도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남북이 협력해 IT 전문기술인력의 지속적인 양성과 인력교류를 통해 지구촌의 지식정보 시대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한이 IT 산업의 세계화와 중국의 IT시장 개척 등에 공동보조를 취한다면 ‘동북아시아 IT 허브’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것은 물론, IT 서비스개발과 소프트웨어 수출을 늘릴 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의 정보 기술 수준을 높이는 등 사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고 본다. 우선 1단계로 남북이 공동으로 교육·학술정보의 DB구축하고 IT 서비스개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확대일로에 있는 글로벌 SI 시장을 타깃으로 삼아, 세계IT 아웃소싱 시장에 남북이 공동 참여함으로써 IT 기술 격차를 줄여 가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민간차원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IT 교류협력의 전략적인 파트너십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2단계로는 남북 간 직접적인 전자상거래(EC)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 IT 서비스 관련 기술거래 및 일반상품 거래까지도 가능케 하는, 실질적인 경제협력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남북협력 EC 정보센터’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김 문 규 KT SDL 전문위원 mkkim@k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