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 서비스 시장이 통신 사업자들과 케이블TV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공세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이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유선전화사업자와 케이블TV 업체간에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 최대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가 VoIP사업에 경영 역량을 집중해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해 주목되고 있다. 여기에 다른 경쟁사들도 VoIP사업에 보다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사업자들간에 영역을 뛰어넘는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가입자 확대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국 전체 케이블TV 가입자의 30%(약 2150만 세대)를 확보하고 있는 컴캐스트는 지난주말 VoIP 서비스 사업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컴캐스트는 연말까지 자사 서비스 이용 세대의 약 50%인 1000만 세대, 그리고 내년 말까지는 95%인 2000만 세대가 VoIP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2006년까지는 가입 세대 이외에도 서비스를 제공해 4000만 이상의 VoIP가입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컴캐스트의 이같은 계획은 지난 4월말 660억 달러에 달하는 월트 디즈니 인수 계획을 철회한 후 한 달만에 내놓은 것으로, VoIP사업에 경영 역량을 집중해 통신업체로서 또 다른 도약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컴캐스트 마이클 암스트롱 회장은 예정보다 1년 앞당겨 물러난다고 밝혀 새로운 경영진을 통해 이같은 목표를 실현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내비쳤다.
컴캐스트의 이같은 공격적인 사업 계획은 기존의 통신사업자는 물론 경쟁 관계인 케이블TV 업체들의 사업 계획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이미 VoIP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 2위의 케이블 TV업체인 타임워너가 연내 1100만 가입 세대의 절반인 약 500만 세대를 VoIP 고객으로 유치할 계획이며 케이블비젼시스템과 콕스커뮤니케이션 역시 VoIP 사업에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들 케이블TV업체들은 가입자수나 자본력 등에서 컴캐스트의 적수가 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케이블TV 업계는 물론 전화 사업자까지 포함해 VoIP 전화시장에서 컴캐스트가 최대 강자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UBS의 존 오덜릭 애널리스트는 “10년내 컴캐스트가 대형 전화 사업자 반열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컴캐스트의 공세에 기존 통신사업자들이 가만히 있을리 없다.AT&T는 올해 안에 VoIP 전화 서비스 지역을 전국 100대 도시로 확대하고, 내년까지 100만 가입자를 유치하기로 했다. 버라이존 커뮤니케이션스 등 지역 통신사업자들도 일제히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NPRG에 따르면 미국 VoIP 전화 이용 세대(법인 포함)는 올해 120만, 오는 2007년에는 420만 세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같은 전망은 컴캐스트를 비롯한 대형업체들의 공격적인 사업 계획으로 상향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대형업체들의 잇따른 참여에 자극받은 벤처 통신사업자들 역시 현재 약 40달러인 월정 요금을 크게 내리는 등 가격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